“롯데케미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세계 14위’ 기업에 올라”

김규남 2023. 2.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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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기업에 한화·엘지 등 5곳 포함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보증금제 시행을 촉구하는 동안, 바닥에 사용한 일회용 컵들이 놓여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엘지(LG)화학,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은 99%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10일 호주 비영리 민간단체인 민더루 재단의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 지수 2023’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킨 세계 100대 기업에 롯데케미칼(14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27위), 엘지화학(28위), 에스케이이노베이션(45위), 대한유화(플라스틱 원료 생산 업체·69위) 등 한국 기업 5곳이 포함됐다.

민더루 재단은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 지수 관련 모델을 활용해 각 기업이 2021년에 생산한 폴리머(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원료)의 양을 추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순위를 매겼다. 조사 대상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폴리머 6가지(PP, HDPE, LDPE, LLDPE, PET, PS)를 생산하는 전 세계 1400여개 생산시설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1위 기업은 엑손모빌(미국 석유화학기업)이 차지했고, 이어 2위 시노펙(중국 석유화학기업), 3위 다우(미국 석유화학기업)순이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민더루 재단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자국 기록’ 결과에 한국 대기업 5곳이 포함된 것은 한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 캠페이너는 이어 “특히 14위에 선정된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는 그린피스가 3년 연속 진행한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에서 2021·2022년 모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마트도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질적인 행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된 이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2021년 전 세계에서 1억3900만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보다 600만톤이 늘어난 양이다. 저자들은 랩과 비닐봉지 등 비닐 포장수요가 늘어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도 증가했고, 플라스틱 재활용도 미진한 상태여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또 엑손모빌과 시노펙, 다우 등 폴리머 최대 생산업체 20곳도 공개했다. 글로벌 기후 컨설팅 업체인 카본 트러스트와 에너지 연구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킨지는 이 보고서에서 이 20개 회사가 폴리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4억5천만톤의 온실가스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20년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4억7800톤)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이번 보고서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플라스틱 문제에 화석연료 산업이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플라스틱은 기휘위기를 가속화하고 엑손모빌 같은 석유화학 회사에서 더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할수록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정부는 2024년말까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체결해 플라스틱 생산을 크게 줄이고 석유와 가스 자원 사용을 멈춰 일회용 플라스틱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을 채택하고,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영국 가디언은 “파리협정 이후 가장 큰 기후 합의로 환영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 회의는 오는 5월 프랑스에 열릴 예정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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