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찍먹 리뷰 "스위치 버전으로 나왔더라면…"
일본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강타한 턴 방식 전략 RPG가 한국에 상륙했다. 얼마나 재밌길래 서브컬처 게임 본고장인 일본에서 대박이 났을까. 기대감을 품고 서비스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게임을 설치했다. 라이트 플라이어 스튜디오 드라마틱 RPG '헤븐 번즈 레드' 얘기다.
헤븐 번즈 레드는 Key 마에다 준이 1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게임이다. "눈부시게 애절한"이라는 문구를 키워드로 내세울 정도로 스토리에 진심을 담았다. 마에다 준의 전략은 유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해 2월 10일 일본에서 출시된 헤븐 번즈 레드는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제치고 최고 매출 1위도 차지했다. 이후 흥행세를 유지해 일본 구글 플레이 2022 올해를 빛낸 앱·게임 2022 올해의 베스트 게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구조와 운영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헤븐 번즈 레드는 1년 전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다. 글로벌 버전을 1년 후 출시하는 것이다. 보통 이미 출시된 게임이 추후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진도가 다르다. 이로 인해 미래시가 생긴다.
- 기대했던 게임을 드디어 만났다
헤븐 번즈 레드는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버전 진도는 일본 버전과 동일하다. 일본 서비스를 시작할 때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한정 캐릭터와 이벤트를 선보이지 않았다. 1년 분량 진도가 한꺼번에 반영되니까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이 게임은 100% 솔로 플레이를 지향한다. 다른 유저와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없다. 따라서 방대한 콘텐츠를 천천히 음미해도 무방하다.
기자는 작화가 마음에 들어 이 게임을 시작했다. 일본판을 즐기진 않았다. 출시 전 게임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튜토리얼만 해본 수준이다. 모든 것이 신선했다.
게임 시작과 함께 진행되는 튜토리얼 분량은 긴 편이다. 스토리 전개 방식은 굉장히 올드하다. 대사를 나열하는 방식이라 스토리에 관심이 없으면 몰입해서 감상하긴 어려운 구조다. 오히려 지루한 편이다. 전체 더빙이지만 한국어는 없다. 선택지와 일본 특유의 오버 리액션이 많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스킵 버튼과 자동 이동을 최대한 활용하면 튜토리얼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수동으로 클릭해야 하는 구간이 많아 귀찮다. 다만 제대로 즐길 계획이라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게임은 스토리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리세마라는 게임 자체에서 권장한다. 튜토리얼을 1회 즐기면 이후 튜토리얼을 스킵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성능이든, 애정이든 게임을 시작할 때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해야만 오래 즐길 수 있다. 개발사가 유저들의 감성을 확실하게 파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뽑기할 때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는 전용 대사를 강제로 봐야 한다.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비슷한 구조다. 리세마라 시간을 꽤나 많이 차지하고 버튼을 일일이 클릭해야 한다. 정말 귀찮다. 가장 높은 SS등급 캐릭터는 전용 스킬을 보유해 등급을 초월한 캐릭터는 없다. 좋은 성능을 가진 SS등급 캐릭터를 다수 확보하면 게임 플레이 난도가 비교적 낮아진다.
SS등급이 등장할 땐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이펙트가 나타난다. 보석 이펙트 크기가 A, S등급에 비해 정말 거대하다. 다만 보석 이펙트에서는 SS등급이 나타나지 않아도 SS등급이 낮은 확률로 등장한다. 보석만으로 허탈함을 느끼지 말고 희망을 가져보자.
리세마라가 끝나면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한다. 이 게임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스토리 난도가 만만치 않다. 캐릭터는 전투와 반복 콘텐츠로 성장한다.
전투는 전통 턴 방식이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기본 공격 혹은 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역할과 속성에 따라 적을 상대하는 난도가 달라지므로 각 캐릭터 수행 능력과 속성 상성 구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전투와 스킬 사용 연출은 꽤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하지만 턴 방식이라 액션 RPG처럼 손맛을 느끼긴 어렵다. 모션도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꽤 많다. 또한 한국 게이머들이 중요시 여기는 타격감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전략과 연출 감상이 메인이다. 속성, 역할, 스타일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하니까 공략하는 맛이 쏠쏠했다.
전투 외에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미연시는 꽤 알차게 구성됐다. 전투보다 비중이 더 높은 구간이 있어 미연시를 싫어하는 유저들은 게임을 그만둘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자도 미연시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작화와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오래 즐기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19금 컷신은 없다.
캐릭터를 모두 확보하려면 과금 부담이 매우 크다. 가격 대비 혜자 패키지가 존재한다. 다만 최신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득 비례형 방식처럼 다양하진 않다. 무과금으로도 게임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월정액 상품 구성이 정말 알차다. 적당하게 즐기려면 월정액 개념인 라이트 패스와 프리미엄 패스 구매를 추천한다.
헤븐 번즈 레드를 잠깐 즐긴 소감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을 만하네"다. 작화, 스토리, 음악은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전투와 스토리 전개 방식이 정말 매니악하다. 한국 유저들을 사로잡을 만한 스타일은 아니다. 독특한 수집형 RPG나 싱글 플레이 지향 게임을 찾고 미연시에 거부감이 없다면 좋은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닌텐도 스위치 패키지로 출시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턴 방식, 그래픽 퀄리티, 콘텐츠 구성이 닌텐도 스위치와 정말 잘 어울린다. 패키지라면 과금에서도 부담감이 없으니까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첫 인상은 만족스럽진 않았다. 재미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니아틱 게임성으로 생긴 불호 요소가 원인다. 확실히 누군가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앞으로 즐길 콘텐츠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발사가 강조한 스토리를 진득하게 감상해 볼 계획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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