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벌점 많은 건설사 '아파트 선분양' 못한다… 100대 기업 중 40곳

정영희 기자 2023. 2.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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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3월부터 부실공사 벌점제 '평균→합산'으로 변경… 누적 벌점따라 공공공사 입찰도 제한
국토교통부는 10일 올해 1월 1일 누계 평균방식에서 누계 합산방식으로 변경된 부실공사 벌점 집계 방식에 따른 결과가 3월 공포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권에 위치한 대형 건설업체의 벌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분양 제한 등으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
다음달부터 부실공사 벌점제 집계 방식이 평균에서 합산으로 변경되며 부실벌점이 많은 건설업체의 경우 공공공사 입찰은 물론 아파트 등 공동주택 사업시 선분양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국내 100대 건설기업 중 40개사 정도가 선분양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부실공사 벌점제 방식 변경에 따라 합산된 지난해 벌점이 3월 공포된다. 부실벌점제란 건설공사가 안전하고 견실하게 시행되도록 관리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부실한 안전, 시공ㆍ품질관리와 수요예측 등에 대해 책임이 있는 업체ㆍ건설 기술인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입찰참가자격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종전에는 반기 내 한 건설업체의 공사 현장을 2개 이상 점검한 경우 해당 업체가 한 공사현장에서 받은 벌점의 합계를 점검한 건설공사 전체의 수로 나눠 산정한 벌점을 기준으로 했다. 누계 평균 집계 방식이다.

이 경우 전국에 다수의 공사 현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건설업체일수록 벌점이 점점 낮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 2020년 벌점 집계 방식을 누계 평균에서 누계 합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예컨대 100개 건설현장에서 총 10점을 받은 건설업체는 평균 방식일 때 0.1점을 부과받지만 합산 방식으론 10점이 쌓인다. 이 같은 법 개정 후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부실벌점이 많은 건설업체는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되거나 선분양을 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에서 5점 미만이면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돼야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다.

5점 이상~7점 미만이면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완료된 후, 7점 이상~10점 미만이면 골조공사가 모두 끝난 후에야 각각 분양이 가능하다. 10점 이상이면 준공 후 절차인 사용검사를 마쳐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어 사실상 완공 후 분양이 된다.

업계에선 다수의 대형 건설업체가 선분양에서의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벌점조회시스템에 공개된 2001~2021년까지의 건설업체 벌점을 조사한 결과 집계 방식이 평균에서 합산으로 변경됨에 따른 선분양 제한 대상 건설기업은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방식으로 산정된 선분양 제한 대상 건설기업은 158개사이지만 합산방식 적용시 265개사로 107개사가 늘어난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 이내의 건설업체로 한정할 경우 종전(평균방식) 2개사에서 40개사로 급증한다.

전체 주택 공급의 70%(약 25만 가구)를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선분양이 제한되면 대형 건설업체보다 자금 여력이 다소 부족한 중소 건설업체는 시장 퇴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 규모를 불문하고 부실벌점제 집계방식 변화에 대해 별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건설업체들이 선분양 제한을 받게 되면 분양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와 금융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함에 따라 자기 자금의 추가적인 부담이 크게 늘어 종국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후분양제 도입으로 인한 주택 공급량은 22.2% 감소하는 데 반해 분양가격은 최대 7.8%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후분양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합산 방식의 벌점제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지 않았기에 지금으로선 선분양 제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은 "당초 부실벌점제 개정 배경이었던 벌점 제도의 실효성 제고는 확실히 필요한 조치였으나 합산 방식으로의 변경을 통해 건설업체의 영업활동 제안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합리적 개정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안전관리 활동과 부실시공 예방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접근이 더욱 건설 안전 및 견실 시공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반기동안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다음 반기 벌점을 20% 경감하고, 무사망이 이어지면 경감 비율을 59%까지 늘리는 '무사망 인센티브제'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반기동안 10회 이상 점검을 받고 벌점 미부과 현장비율이 80% 이상인 경우에도 0.2점에서 1점까지의 범위에서 벌점을 줄여주기로 했다.

국토부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제도개선 과정에서 시공사 등 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친 다음 벌점 구간을 마련했으므로 분양 시장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집계 방식 변화가) 벌점제도 개편 후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운영경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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