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中 반도체 굴기… 올해 설비투자 33% 줄어든다

황민규 기자 2023. 2. 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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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공격적으로 반도체 설비투자를 늘려왔던 중국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투자액을 큰 폭으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의 협정으로 더욱 제재가 강력해짐으로써 중국은 이제 반도체 장비 구입은 더욱 불가능해져 자국 장비사를 통한 자급자족 말고는 방법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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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네덜란드와 첨단 장비 네트워크 단절
최첨단 공정 포기하고 28나노대 구공정 집중
“기술격차 줄이는데 20년 이상 걸릴 것”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SMIC 공장 내부 모습. /SMIC 제공

그간 공격적으로 반도체 설비투자를 늘려왔던 중국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투자액을 큰 폭으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네덜란드 등 핵심 장비·소재를 수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강제로 숨 고르기에 돌입하게 된 셈이다.

10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분기 약 150억달러(약 19조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CAPEX)가 올해부터 분기 100억달러(12조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보다 투자를 약 33% 줄이는 셈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10㎚대 첨단 반도체 공정과 관련한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의 구공정 장비와 기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가트너는 전망했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겠다며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시스템반도체)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통제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출을 이미 금지한 데 이어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도 제한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의 장비사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론도 첨단 공정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21년 기준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에 이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2위이며,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의 핵심인 장비회사들과의 단절은 중국 반도체 굴기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미·중 기술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미국이 아닌 공급자들에 눈을 돌리며 장비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강화에 힘쓴 바 있다. 2021년에만 중국 바이어들은 네덜란드 ASML 홀딩으로부터 21억7000만 달러(약 2조7146억원)어치의 칩 제조 장비를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의 협정으로 더욱 제재가 강력해짐으로써 중국은 이제 반도체 장비 구입은 더욱 불가능해져 자국 장비사를 통한 자급자족 말고는 방법이 없게 됐다. 사실상 독자적인 기술로만 반도체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한국, 대만 등의 반도체 선단 공정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레슬리 우 대만 반도체산업 컨설턴트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하고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최소 20년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의 반도체 미세공정은 구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중국 반도체 생태계를 볼 때는 첨단 공정과 구공정에 해당하는 성숙 공정을 나눠서 봐야하는데 첨단 공정의 경우 미국의 제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미국 역시 성숙 공정으로 갈수록 제재 수위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구공정 분야까지 강력한 제재가 단행된다면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이슈가 다시 발생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 산업은 결국 구공정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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