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사회 소통도 과하면 독이다

박은경 2023. 2. 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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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면 독이라는 명제는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은 금융감독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과 내부통제 개선은 물론 이사회 개입(직접 소통, 지난 6일 업무계획)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식으로 내달렸다.

현재도 은행은 주요 결정과 관련해 당국을 의식하는 데, 감독 당국이 이사회와 직접 소통에 나서면 이사회도 당국을 의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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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과하면 독이라는 명제는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은 금융감독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과 내부통제 개선은 물론 이사회 개입(직접 소통, 지난 6일 업무계획)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식으로 내달렸다.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회의체다. CEO로부터도 독립해야 하지만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기자수첩

하지만 금감원장이 이사회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 이사회가 금감원의 입김에 치우치기 쉽다. 이 원장도 이를 뒷받침하듯 "감독 방향이 이러하니, 이사회가 이러이러한 것들을 미리 살펴봐달라고 전달할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다.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입장에선 이익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당국과의 관계다. 이 때문에 당국의 말 한마디는 은행과 지주회사에 곧 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사회와 직접 소통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들도 당국의 영향을 받기 쉽다. 현재도 은행은 주요 결정과 관련해 당국을 의식하는 데, 감독 당국이 이사회와 직접 소통에 나서면 이사회도 당국을 의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CEO 선임에도 영향을 받는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CEO의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당국이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면 이 과정에서도 논의가 오가며 당국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로 기울 수 있다.

지금도 당국과 지주회사 및 은행이 교감하는 창구는 열려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이사회는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 당국과 금융당국은 이들을 감독할 권한도 있다. 일부에선 관치라고 비판하는 비공식 경로도 적지 않게 활용된다.

소위 관치를 의식해 이를 투명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이복현 금감원장의 구상 같은 제도적 창구를 만드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금융시장을 발밑에 깔고 있는 금융산업의 속성상 당국과 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상업은행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내부통제를 바로잡겠다고 전결 처리했던 '문책경고' 처분은 결국 법원의 판단으로 무효가 됐다. 현재 금융계의 맏형격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예전 금융 위기 시절에 지금의 국민카드를 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를 잘못했다고 중징계를 받아 금융계에서 퇴출당했었다.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금융계로 다시 돌아와 9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이사회를 상대로 직접 소통하는 방식은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 어디에서도 시장에 맞서 승리한 자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정부와 당국의 행동이 정도를 벗어나진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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