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尹 국빈 방미 때 ‘자체 핵’ 담판 필요하다
尹 ‘핵’ 발언은 역사적 전환점
美 핵우산에 韓 핵능력 더하면
북한과도 핵 균형 이룰 수 있어
우라늄 농축은 NPT 틀內 가능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긴요
농축 통해 잠재 핵능력 키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자체 핵(核) 보유’를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실의 새가슴 참모들은 곧바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원론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라며 톤다운 모드로 들어갔지만, 국제적 파장은 상당하다. 윤 대통령의 핵폭탄급 발언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는 ‘올 것이 왔다’며 무겁게 받아들이는 기류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북한의 핵 협박을 좌시하지 않고, 핵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역사적 선언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윤 대통령의 독자 핵 개발 발언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역사적 전환점(Zeitenwende)’ 선언과 같은 무게로 본다. 숄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독일 의회에서 역사적 전환점에 섰다며 기존 대러 협력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작년 말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며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명시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안보 대전환을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북한이 2006년 이후 6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어느 대통령도 북핵에 맞대응하는 구상을 밝힌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 발언 후 미국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사시 한국에 제공할 핵우산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을 방문, 확장억제 강화를 재차 다짐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워싱턴 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전략폭격기 B-1B와 스텔스 전투기 F-22 등 전략자산이 대거 동원된 훈련이 서해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때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등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문이 한국에서 제기되는 것을 무겁게 봐야 한다면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관훈토론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해 논란이 됐던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윤 대통령 발언 후 미국 여론이 전술핵 배치 검토로까지 급변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지해 북핵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는 상태다. 최근 최종현학술원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해 51.3%는 ‘그렇다’, 48.6%는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체 핵 개발 지지는 76.6%로, 사실상 국민 명령으로 볼 만한 수준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하게 확장억제를 약속해도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불확실해지니 이제 우리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도는 것은 핵우산 불신층의 지지 유보 탓도 크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때 독자 핵무장을 공론화했던 것과 달리,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미 확장억제 신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만 말했다. 독자적인 핵능력 확보가 NPT 체제 위배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NPT를 벗어나지 않고도 할 방법이 있다. NPT 틀 안에서 우라늄 농축부터 하면 된다. 한·미 원자력협정엔 ‘20% 미만 우라늄 농축은 고위급회의에서 논의한다’는 조항도 있다.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러시아 등에서 전량 수입하는 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우라늄 농축을 스스로 할 때가 왔다. 미국 제공 핵우산에 우라늄 농축으로 무기화 직전 단계의 핵능력을 갖게 되면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우라늄 농축 기술은 어떤 나라도 이전해주지 않는다. 농축 기술을 가지면 언제든 고농축으로 갈 수 있다. 우라늄 농축 개시가 곧 잠재적 핵능력을 갖추는 첫 관문이다. 잠재적 핵능력은 유사시 곧바로 핵무기 제조로 전환할 수 있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4월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하는 만큼 우라늄 농축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잠재적 핵능력의 길을 연다면 그것만으로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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