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인수전 흔들…'3가지 악재' 카카오, 순식간에 시총 1조 증발

김사무엘 기자 2023. 2.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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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하루에 여러 악재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며 카카오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1조원이 증발했다.

악재는 부담스럽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가 지닌 플랫폼 경쟁력과 엔터테인먼스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주가 반등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이다.

10일 오전 11시20분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2700원(3.81%) 떨어진 6만82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2.4% 갭하락으로 출발한 뒤 점점 낙폭을 키우며 장 중 한때 6.4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30조3800억원으로 전날(31조4810억원)보다 1조원 급감했다.

이날 주가를 끌어내린 원인은 크게 3가지다. 부진한 4분기 실적, 하이브의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인수, 미국의 긴축 우려다. 하루만에 3가지 우려가 동시에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100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6% 줄어든 1조7744억원, 당기순손실은 적자전환한 5393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대체로 시장 전망치(매출액 1조8896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에 부합했지만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는 사실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4분기뿐 아니라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4% 줄어든 580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성장한 건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374억원 손실)를 한참 밑도는 196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전환이다.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1조212억원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우려와 광고시장 둔화의 여파로 주요 사업인 플랫폼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게임과 포털비즈 부문에서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카카오 같은 성장주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시장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높은 주가 수준이 용인돼 왔는데, 성장이 멈추는 순간 그만한 프리미엄을 주기 어렵다. 지난해 순이익 기준 카카오의 PER는 약 30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과거와는 다른 유동성 환경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도 비싸다'는 인식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이브는 이날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12만원이다.

에스엠 총 지분의 25%에 해당하는 일반 소액주주 주식도 같은 가격에 공개매수 하기로 했다. 공개매수에 모두 성공할 경우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 약 40%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을 쥐게 된다.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 계획은 미궁에 빠졌다. 앞서 지난 7일 카카오는 에스엠의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 투자를 통해 지분 9.05%를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이수만 총괄에 이은 2대 주주다.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로 양사간 사업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지분 매입이나 카카오엔터-에스엠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나왔다. 카카오가 점차 에스엠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갈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이브가 카카오를 제치고 에스엠 경영권을 차지한다면 이 같은 카카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지분 9.05%의 2대 주주인 상태로 에스엠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면 기존의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 계획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긴축 우려가 부각되며 기술주들이 대폭 조정을 받은 것도 투자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올 6월 미국 기준금리가 5.25~5.5%로 오를 수 있다는 시각이 35.7%로 1주일 전 1.9%보다 대폭 높아졌다.

반면 4.75~5% 수준에서 멈출 것이란 시각은 1주일 전 55.8%에서 현재 13.8%로 대폭 낮아졌다. 현재 47.3%는 기준금리 전망을 5~5.25%로 본다.

오안다 수석 애널리스트인 애드 모야는 "일부 투자가들은 연준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훨씬 더 긴축을 해야 할 거라는데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요 기술주들도 대폭 조정을 받았다. 지난 9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A는 전일 대비 4.36달러(4.39%) 하락한 95.01달러에 마감했다. 메타 플랫폼스(옛 페이스북)는 전일 대비 5.51달러(3%) 떨어진 177.92달러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여러 악재로 카카오의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주가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적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고 에스엠 경영권과 관련해서도 추가 지분 확보 등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CIG)으로부터 총 1조1500억원을 투자 받아 실탄이 넉넉한 상황이다.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한 이후에도 카카오엔터의 추가 지분 확대가 가능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 에스엠의 지분 경쟁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카카오엔터의 추가 지분 매수 등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IPO(기업공개)를 목전에 두고 웹툰 수익성을 강화하고 K팝이나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의 볼륨을 키우는 방향"이라며 "카카오엔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카카오의 주가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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