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軍 더 강해져야" vs 인권단체 "식량난 해결부터"

김태훈 2023. 2.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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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75주년 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국주의와 싸워 이기려면 우리 군대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도 "김정은은 주민들의 안위보다 통제를 선호하고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열병식은 김정은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위기를 해결하기보단 군사비 지출을 선택한 또 다른 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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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참여 장병들과 기념촬영 자리에서
"포악한 제국주의 폭제 힘으로 제압해야"
北, 자연재해 등으로 최악의 식량난 예상
인권단체 "주민들 굶는데 열병식 돈 쓰나"

지난 8일 75주년 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국주의와 싸워 이기려면 우리 군대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들은 “지금 북한에 필요한 건 열병식이 아니고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이라며 김정은을 대놓고 나무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다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활짝 웃으며 옆에 있던 딸 김주애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다. 이에 김주애도 김정은의 양볼을 쓰다듬으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각급 부대 지휘관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제국주의 폭제를 힘으로 제압 평정하기 위해 군대가 더 강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건군절 열병식에 참여했던 군 장병들을 격려하고자 이튿날 기념촬영을 하면서 이같은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통신에 의하면 김정은은 “강자가 되어야 존엄과 명예도 떨칠 수 있고 오직 승리로써만 자기 위업의 정당성도 증명할 수 있는 현 세계에서 강군(强軍)이라는 반석 위에 서지 못한 번영의 탑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날로 더욱 포악해지는 제국주의 폭제를 결단코 힘으로 제압 평정해야 할 조선 혁명의 특수성은 우리 군대로 하여금 오늘에 만족함이 없이 지나온 역사와 대비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더 강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9일 전날 열린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참여했던 군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뉴스1
‘제국주의 폭제’란 북한이 가장 적대시하는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국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지난 문재인정부 시절과 달리 한·미동맹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도 강화하고 나서자 연일 미국을 겨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한 것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55주년을 맞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다시 한번 우리 영해를 침범하면 땅덩어리를 송두리째 날려버리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했는데, 이는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태평양 건너 미국에 발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한 김정일을 나무라며 “식량난부터 해결하라”고 충고했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열병식에 즈음해 RF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광범위한 식량 불안 속에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에서의 인권유린 행위의 규모와 심각성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도 “김정은은 주민들의 안위보다 통제를 선호하고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열병식은 김정은이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위기를 해결하기보단 군사비 지출을 선택한 또 다른 예”라고 꼬집었다.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기념 열병식 당시 북한의 신형 무기에 해당하는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RFA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재단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은 북한 독재정권의 잔혹성을 확인시켜 준다”며 “인구의 40% 이상이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나라에서 영하의 기온 속에 장시간 많은 군중이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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