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버금가는 재간둥이 동생의 활약, '서치 2'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3. 2. 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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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서치2', 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참신한 콘셉트로 깜짝 흥행을 기록했던 '서치'가 '2'를 달고 5년 만에 돌아왔다. 실종된 딸을 걱정하던 아빠의 얼굴 대신 이번에 노트북 화면에 비치는 인물은 사라진 엄마를 걱정하는 10대 딸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동일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서치 2'는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수 있을까?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사라진 딸을 찾던 아버지의 디지털 추적극 '서치'는 1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75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흥행작이다. 러닝타임 전체를 노트북 화면과 휴대전화 화면, 방송 장면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화면으로 채우는 연출 방식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치 2'는 이와 같은 포맷이지만 영역을 더욱 확장했다. 실종자가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산호세에서 실종됐던 딸에서 남자친구와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난 엄마로 바뀌며 추적의 지역이 넓어졌고, 추적자가 아버지에서 Z세대 딸이 되면서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의 활용 범위와 속도감이 달라졌다. 

어릴 적 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열여덟 살 준(스톰 리드)은 아버지의 날에 남자친구 케빈(켄 렁)과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나는 엄마 그레이스(니아 롱)가 마뜩잖다. 엄마의 남자친구도 마음에 들지 않고, 혼자 있는 딸을 걱정해 자신의 친구 헤더(에이미 랜덱커)를 보내 끼니를 챙길 정도로 극성인 엄마에 대한 소소한 반항으로 홈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귀국일에 공항에 마중나와 달라는 부탁에 군소리없이 나가는 평범한 딸. 그런데, 공항에 나타나야 할 엄마가 연락도 받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서치2', 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실종된 엄마를 찾으려는 준의 움직임은 엄청나다. 엄마가 묵었던 호텔의 CCTV 영상이 일정 시간마다 포맷되기에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번역기를 돌리며 호텔 측과 스페인어로 소통한 준이 알아낸 사실. 그러나 엄마의 실종이 타국인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만큼 공식적인 수사 진행은 안타까울 만큼 더디다. FBI 조사관 일라이자 박(다니엘 헤니)이 배정됐지만, 준은 다른 이들의 말처럼 '경찰을 믿고 기다릴' 수 없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준은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 케빈의 온라인 접속 기록을 뒤지고,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서비스 플랫폼 태스크래빗으로 콜롬비아 현지에 시간당 8달러로 움직이는 헬퍼 하비(조아큄 드 알메이다)를 고용한다. 유명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라이브캠, 인스타그램 릴스와 스토리, 메신저 어플 왓츠앱, 구글 위치 기록 서비스와 엄마가 이용하던 소개팅 앱 등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준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뒤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키오스크 앞에서도 긴장하는 X세대 및 40대에 접어든 초반 밀레니얼 세대는 영화 중반까지 준의 디지털 기기 활용 속도감에 어질어질할지도 모르겠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나름 인터넷에 능숙했던 전편의 아버지 데이빗(존 조)도 준 앞에서는 두손 두발 들 것 같다. 

가족을 잃은 숨가쁜 상황에서도 깨알 같은 유머를 잃지 않았던 전편의 장점은 유효하다. '전편을 영화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웃음을 안기고, 미국과 콜롬비아에서 왓츠앱으로 소통하는 준과 하비의 관계도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볼 수 있다. 전편에서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만으로 섬세한 감정을 표출했다면, 이번에는 커서로 폭소를 터트리게 할 장면이 등장한다. 

'서치2', 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깨알 같이 숨겨진 단서를 쫓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전편의 전개 방식 또한 비슷한데, 다만이 반전이 전편만큼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무릎을 탁 치는 예측불허일 수도 있지만, 강박적인 반전으로 느껴지며 허탈함을 자아낼 수도 있기 때문. 딸을 찾는 과정에서 몰랐던 딸의 감정을 알게 되며 결국 딸과의 관계 개선을 이뤘던 전편처럼, 추적 과정에서 몰랐던 엄마의 이야기를 알게 되며 모녀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은 나름 감동적이지만. 

'서치'에서 감독을 맡았던 아니쉬 차간티가 제작과 각본을 맡고, 전편에서 편집을 맡았던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이 연출을 맡은 '서치 2'. 형보다 나은 아우까진 아니어도 형과 닮은 재간둥이 아우로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몇 개봉작들의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111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꽉 찬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서치 2'에 큰 점수를 줄 듯 하다. 다만 Z세대 준의 활약 덕에 디지털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당장 내 모든 계정의 비밀번호부터 아주 복잡하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2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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