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을 위한 변명

전영기 편집인 2023. 2. 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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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냐 김기현이냐.

3·8 전당대회의 당권 향방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당정 관계의 적정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실제로 2003~04년 노무현 정권 초반 당정 관계가 파탄 나자 집권당 지도부가 제1야당과 손잡고 대통령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사례는 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집권당 대표에 자기와 호흡이 맞는 당정 일체형 캐릭터를 원하는 이유는 당정 분리 혹은 당정 적대에서 잉태된 노무현·박근혜의 비극을 간접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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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안철수냐 김기현이냐. 3·8 전당대회의 당권 향방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당정 관계의 적정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당정 관계는 대통령을 탄생시킨 집권당과 집권당을 통해 국정목표를 달성하려는 대통령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이재명 후보와 대선 경쟁에서 민주화 이래 최소 격차인 24만 표 차로 힘겹게 승리했다. 애초부터 지지층 기반이 취약했다. 권력의 힘이 통상 가장 세다고 평가되는 대통령 취임일부터 지금까지 아홉 달 동안 여당의 축복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불행한 집권자라는 생각이 든다. 집권 아홉 달 중 전반부 넉 달은 '윤핵관'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이준석 전 대표의 저주에 가까운 언어가 당정 관계를 지배했다. 후반부 다섯 달은 비대위 체제가 두 번 들어설 정도로 국민의힘은 비정상 상태다. 그러니 집권당을 통한 국정목표 달성은 언감생심,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느낌에서나 벗어나면 좋겠다"는 소리가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연합뉴스

24만 표 차로 힘겹게 당선…여당의 축복조차 받은 적 없어

2월8일 야당 의원 179명이 이탈자 한 명 없이 행안부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윤 대통령의 입지는 더 옹색하고 위험해졌다. 장관의 직무정지로 행정부 일각이 무너진 것이다.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들어오면 눈 하나 깜짝 않고 부결시킬 것이다. 개인의 사법 문제까지 정치와 머릿수로 해결하는 야당의 일사불란한 입법독재 환경에서 당정 관계에 발목이 잡혀 뒤뚱거리는 대통령이 국정목표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정 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집권당 일부 세력이 민주당과 합세해 대통령을 현직에서 끌어내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딱히 없다.

실제로 2003~04년 노무현 정권 초반 당정 관계가 파탄 나자 집권당 지도부가 제1야당과 손잡고 대통령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사례는 유명하다. 당시 노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대북 송금 특검법안을 놓고 당정 분열이 심각했다. 민주당과 청와대 사이에 형성된 적대관계는 대통령 탄핵 추진의 토양이 되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라는 새로운 집권당 창당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 나오는 신당 창당론은 노무현의 경험과 해법에서 영향받았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의 정당민주주의 명분에 치우친 과도한 당정분리론이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에서 당정 분리 원칙을 고집함으로써 정권이 멸족 수준으로 추락하는 중요 원인을 제공했다. 거대 야당의 외부 공격과 집권당의 끊임없는 내부 견제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표류했다. "우측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한다"는 얘기는 이상주의적인 당정분리론의 산물이었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2년 국정수행 지지율은 15~25% 선이었다. 그는 긴밀한 당정 협조 대신 엄격한 당정 분리를 추구한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했다.

노무현·박근혜의 비극에서 배울 당정 관계의 교훈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현직에서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 역시 당정 관계 파탄에서 비롯됐다. 이때도 집권당 일부와 야당이 하나가 돼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는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여당이 배신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집권당 대표에 자기와 호흡이 맞는 당정 일체형 캐릭터를 원하는 이유는 당정 분리 혹은 당정 적대에서 잉태된 노무현·박근혜의 비극을 간접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권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2인3각 경주처럼 자율성과 의존성이 적절하게 섞이는 게 좋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자율성이 지나쳐 당정 분리나 당정 적대가 심해지면 정권은 붕괴로 치달을 수 있다. 반면 의존성이 지나쳐 당정 일체가 일상화되면 민주주의 생태계가 실종될 수 있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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