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 중시하는 韓···잼버리가 전환점 되길"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2023. 2.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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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委 최창행 사무총장
연대·유대 우선시하는 유럽과 달리
입시·취업에 혈안된 분위기 전환을
공동체로 뭉쳐 세계 이슈 다루면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량도 강화
여건 안되는 1700명엔 비용 지원
최창행 사무총장이 새만금 잼버리 조감도를 보며 행사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

“새만금 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열리는 대회입니다. 당연히 현시대가 직면한 기후변화·환경문제·평화 등의 이슈를 놓고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올해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의 최창행 사무총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번 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라는 주제로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약 8.8㎢ 규모의 야영장에서 이뤄지며 약 4만 명의 청소년 스카우트와 1만 명의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창행 사무총장

최 사무총장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열리는 행사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세계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키우다 보면 ‘우리는 하나’라는 공감대를 다시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로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왔듯이 잼버리도 빈곤과 기후변화·전쟁과 같이 지금 우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이슈를 다루고 이에 대해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며 “청소년들은 이를 통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잼버리는 개인이 아니라 1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협동과 단합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밖에 없다.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서 나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그는 “팀 단위 활동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회’는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행 사무총장

새만금 잼버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있다. 잼버리는 유럽에서는 매우 활성화된 청소년 야영 활동이다. 영국의 경우 참가자가 4600명에 달해 개최국인 우리나라(3000명)보다 훨씬 많다. 신청자가 워낙 많아 추첨을 통해 참가자가 결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세계스카우트연맹 회장의 아들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스카우트 활동을 한다고 하면 ‘특별한 애들만 하는 행사’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이번 잼버리를 통해 우리나라 스카우트 활동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더 큰 목적이 있다. 우리가 교육을 바라보는 틀을 바꾸자는 게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중돼 있다. 협력·공감 따윈 끼어들 틈이 없다. 그는 “유럽은 교육을 할 때 공감과 연대·유대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오직 유명 대학과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외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우리 교육에 잼버리가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바란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활동은 여유 있는 청소년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도 이뤄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이 잼버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나라당 10명에게 1인당 103만 원의 참가비를 면제하고 항공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전북도 교육청이 조례를 바꿔 여건이 안 되는 청소년들의 참가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최 사무총장은 “각종 지원을 통해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 없이 참가하는 청소년이 17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잼버리가 특별한 인원만 참여하는 행사라는 부정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잼버리는 최 사무총장의 인생 경로도 바꿔놓을 예정이다. 원래는 정년퇴직한 후 환경 운동과 관련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려 했지만 이제는 미래 주역인 청소년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너도나도 하는 환경문제보다 잼버리 조직위 활동이라는 나만의 경험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체험적 야영 활동을 통한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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