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재건축 특례선물세트라고?…상계·중계는 "글쎄"

채신화 2023. 2.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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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신도시특별법에 목동·상계 등 포함
안전진단·용적률 완화에 통합심의까지
다만 공공기여·초고층 부작용 등 관건

'특례선물세트'

최근 정부가 내놓은 '1기신도시특별법'의 밑그림이 시장에서 받는 평가다. 최고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해주고 용적률은 최고 500%까지 높여주면서 통합심의로 인허가 속도도 앞당기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다.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준공 20년·면적 100만㎡ 이상 택지들도 특례 대상에 포함해 서울 상계, 중계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에 따른 공공기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들 단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동요가 없는 분위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례는 좋은데.. 기부채납 얼마나?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1기신도시특별법과 관련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하고 1기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노후택지들을 대상으로 각종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분당·일산 1기 신도시도 '용적률 500%' 넘본다(2월7일)

준공 20년·면적 100만㎡ 이상 택지 중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는 안전진단, 용적률 등의 굵직한 규제를 대폭 풀어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30%에서 추가로 인하해주거나 면제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용적률은 종상향, 용도지역변경 등으로 준주거지역(500%)까지 올릴 수 있게 한다. 또 통합심의를 통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준다. 

이에 따라 대상이 되는 서울과 지방의 택지지구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사업성, 사업 속도 등을 고려하면 기존 정비사업보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게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 노원구 상계동·중계동, 양천구 목동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중 재건축 연한이 30년이 넘어 안전진단 단계를 밟고 있는 곳들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단지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례 적용에 따른 기부채납 등의 공공기여 수준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계주공2단지 재건축예비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용적률을 준주거까지 올려준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특별정비구역 지정도 지자체장 재량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공공기여 등 구체적인 테이블이 나온 것도 아니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주공4단지 재건축예비추진위원회 관계자도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기부채납까지 늘어난다고 하면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좋은 강남 등은 몰라도 대부분은 추가부담금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놓고 공공기여분을 확 늘리는 식으로 간다면 오히려 주민 입장에선 득보다는 실이 크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이 기존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적률 499%를 적용한 경기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단지 외관./네이버지도 거리뷰

'용적률 500%'…희망고문 vs 닭장아파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관심은 '용적률'과 '공공기여'로 모이고 있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용적률을 높이면 일반분양분을 늘리고 단지를 랜드마크화할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용적률을 높이는 만큼 기부채납 등으로 공공기여분을 토해내야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에도 서울시가 기부채납을 높이면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건립하게 해줬지만 '래미안 첼리투스'(56층·기부채납 25%) 등 초고급아파트 외에는 사업성 문제로 용적률 올리기를 포기했다.▷관련기사:[집잇슈]윤석열의 '용적률 500%' 불편한 진실(2022년3월14일)

서울시 역시 최근 '35층 룰'을 없앴지만 기부채납 의무를 늘렸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도 최고 50층, 총 3800가구로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서울시가 임대주택 630가구(16.6%) 배정을 제안하면서 돌파구 찾기에 나선 상태다.  
 
최우식 1기신도시범재건축연합회장은 "종상향은 땅의 가치와 도시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지만 공공기여 수준 등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민간지에 부담을 다 준다면 부지는 뺏기고 사업성은 안 나오는데 그걸 하겠다는 주민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에서 얼마나 지원할지 등 예산 관련 부분이 구체적으로 보완이 돼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최근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어 기부채납 부담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엔 용적률 상향 시 수익 극대화 기대가 높았지만 최근엔 분양률 저조, 자재비 인상 등 때문에 기부채납 수준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더군다나 영끌족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민들이 많다면 추가분담금 부담이 커서 용적률을 적극적으로 올리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올린다고 해도 '닭장 아파트' 등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아파트 동간거리가 짧아지고 조망권 침해 등 오히려 주거환경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용적률을 크게 올리면 이 다음 세대는 그만큼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라며 "용적률을 올리되 일부 동만 높이고 나머지는 도로, 공원 용지를 확보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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