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쉿 조용…생존자 목소리 들린다" 구조현장 밤을 잊은 수색
어둠속 포크레인 작업 계속…"한국 구호대 어딨냐" 도움 요청
(안타키아(튀르키예)=뉴스1) 김민수 기자 = "노 라이프(No Life)"
지진 발생 나흘째를 맞은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동부 하타이주의 도시 안타키아에서 만난 55세 남성은 지진의 여파로 무너진 건물들을 가리키며 굵고 짧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툰 영어로 자신이 이곳에 가족과 거주했으며, 다행히도 피해는 없었지만 "모든 것이 파괴됐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이날 아침 하타이주 북쪽 지역인 벨렌의 한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구호단체가 지원한 옷가지들과 생수들로 가득했다. 3~4세로 보이는 한 어린아이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에게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가벼운 투정을 부렸다. 그 나이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부릴 수 있을 만한 응석이었다.
곳곳에는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가정들은 차량이나 텐트에 의지해 피곤함을 풀고 있었다.
자신을 '무스타파'라고 소개한 40대 남성은 비록 집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생필품이 부족해 이곳을 찾았으며, 동시에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려고 나왔다고 밝혔다.
하타이주의 중심부에 위치한 안타키아의 교외 지역에 들어서자 풍경이 일순간 변했다. 극심한 차량정체와 수많은 구급차가 다급히 지나갔다. 도로 곳곳마다 구급차가 급히 이동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안타키아의 대형 마트 앞에서 만난 31세, 28세 튀르키예 남성 2명은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매우 피해가 큰 지역임을 알려줬다. 이들은 구호 활동에 참여하다 지쳐 아다나로 귀환하는 길이었다.
붕괴된 한 건물 앞에서는 남성들이 시신 두 구를 옮기고 있었다. 그 현장 뒤에서는 어린아이 두 명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었다. 주민들과 구호 인력들은 모두 한결같이 지친 기색이었다. 한 구조대원은 헬멧을 벗으며 홍수처럼 흘러내린 땀방울을 털어냈다.
구조 과정 중에는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여진이 느껴지자 일순간 모두가 다급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날 차량으로 이동 중 한 현장에서 갑자기 구호 인력들이 일순간 입을 손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해달라고 고함을 쳤다. 그러자 일순간 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는 생존자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침묵은 약 7분간 이어졌다.
그리고 이후 이와 같은 '찰나의 침묵'이 여러 번 이어졌다.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 일대는 조용해졌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생존자를 구출한 경우는 발견하지 못했다.
침묵이 끝나면 현장은 다시 사이렌과 먼지, 고함으로 가득 찼다. 시신 앞에서 흐느끼는 시민도 있었으며, 가족이 구출되길 바라며 코란으로 보이는 경전을 읽고 있는 노년 여성도 있었다.
이날 안타키아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KDRT의 구조 현장을 찾았다. KDRT가 또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한 여성이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날이 저물어감에도 KDRT의 작업은 한동안 계속됐다. 오후 7시20분쯤 철수하기 위해 길을 나서던 KDRT는 또다시 요청받자 산더미처럼 높은 잔해 위를 올랐다. 그러자 많은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수색 작업을 지켜봤다. KDRT팀이 현장에서 이동하던 중 20대로 보이는 한 튀르키예 청년이 다급하게 "한국 구조팀 책임자가 누구시냐"며 묻기도 했다.
오후 8시쯤 KDRT는 재정비를 위해 베이스캠프가 위치한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로 향했다.
날이 완전히 저물자 안타키아는 칠흑 같은 암흑에 잠겼다. 구조 인력들과 주민들은 모닥불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한 명의 실종자라도 찾기 위한 포크레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한편 튀르키예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지 나흘 만에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10일 오전 3시30분)까지 튀르키예에서1만7134명, 시리아에서 3187명으로 합계 2만296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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