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바이오 인력 유출 갈등…LG·SK 배터리 갈등 ‘닮은꼴’

김양혁 기자 2023.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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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롯데바이오에 내용증명 3차례 발송
“인력 유인활동 중단”…기술 유출 우려
美 ITC, 인력 유출된 기업 손 들어줘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력 유출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 회사 갈등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도용을 두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는 법정 공방과 묘하게 닮아 있다. 다른 산업계로 좀더 확대해보면 2019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태와도 닮은꼴이다. LG와 SK의 경우 인력을 빼간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물어주는 것으로 결론났다.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내용증명 3건을 발송했다. 모두 인력 유인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인력 유출이 영업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이후 인력 유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적 대응까지 나선 상태다. 지난해 7월 인천지법에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기밀 침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했고, 직원 3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취득한 업무상 비밀을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쓸 수 없게 됐다.

롯데월드몰과 롯데타워 전경. /롯데건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를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월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형사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법적 대응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근 추가로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은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의약품 의탁개발생산(CDMO)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단기간 선두그룹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계 경력자를 채용하는 게 유리하다. 신입 직원을 채용할 수도 있지만, 교육과 같은 절차를 거치다보면 선두그룹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두 기업의 갈등은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뒤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전인 2021년 바이오산업 진출 이전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섰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인 이원직 바이오팀 상무와 우웅조 헬스케어팀 상무를 채용했다. 이원직 상무는 지난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법적 대응에서 이 대표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메디톡스 메디톡신. /각 업체

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 유출을 둘러싼 기업들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의 이직은 자유지만, 동종 업계로 이직은 부담이다. 기존 업체가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 바이오와 같은 고부가 가치 산업은 자체 기술이 곧 경쟁력이다. 기술 유출에 대비해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는 배경이다.

바이오산업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두고 벌이는 법정 공방이 대표적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직원이 균주를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고소했다.

ITC는 지난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중단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사실상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메디톡스 등에 합의금 3500만달러, 당시 약 380억원을 주기로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다만 국내 법원에서 진행된 형사 소송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을 도용했다는 증거를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메디톡스가 제기한 민사소송 판결은 오는 10일로 예정됐다. 메디톡스는 애초 11억원으로 책정했던 손해배상금을 501억원까지 늘렸다.

LG화학이 201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SK이노베이션 법적 제재 요청 문서. /LG화학

업종은 다르지만, 지난 2019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인 갈등 역시 ‘인력 유출’로부터 시작됐다. 앞서 LG화학은 2019년 4월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했다. 2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해 4월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현금 1조원은 이미 지급했고, 올해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 형태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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