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의 새로운 ICBM…역시 목표는 '고체연료'였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2. 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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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북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서 마지막 순서로 신형 ICBM 공개
크기는 화성-15형과 비슷…6년 전 정체불명 ICBM보다 길어져
발사관에 들어가 있어 아직 엔진 노즐 등 정확히 식별 어려워
전문가 "신형 ICBM 모형, 요즘 방식은 '모형 공개 뒤 개발·시험'"
이미 지난해 말 고체연료 엔진 시험 성공 발표하며 사진 공개
IRBM 안 거치고 바로 ICBM부터 공개? "북극성-3형이 그 IRBM"
고체연료지만 이름은 '화성' 계열인 듯…16형? 18형?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8일 저녁 열린 조선인민군(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신무기라며 자랑하던 화성-17형보다 더 나중에 나온 것으로 미뤄볼 때, 그만큼의 중요도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 미사일의 정체가 무엇이느냐다. 크기로 보아 기존 화성-15형 정도 크기의 ICBM이라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 고체연료라는 쪽에 좀더 힘이 실린다.

9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지난 8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는 이미 공개되고 발사도 했던 화성-17형 ICBM 다음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나왔다.

화성-17형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바퀴 수가 11축 22개였는데 이 ICBM은 9축 18개다. 화성-15형도 비슷한 길이의 차량에 실려 등장했다. 따라서 이 ICBM은 화성-15형과 비슷한 크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7년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정체불명의 ICBM과 TEL.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과 TEL과도 비슷하다. 연합뉴스


TEL 자체도 비슷한 형태가 2017년 4월 15일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 즉 북한 최고의 명절인 태양절 열병식 때 공개됐는데, 여기에 실린 미사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다. 당시 나온 미사일 자체가 모형(mock-up)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시에는 바퀴가 8축 16개였지만 이번에는 9축 18개다. 약간 길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TEL이 중국제 WS-51200이고, 이를 살짝 개량해 2017년 열병식에 내보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사실이라면 이번에 나온 TEL도 이쪽 계열이거나 적어도 이를 많이 참고한 셈이다. 북한이 중국제 차량을 개조해 TEL로 쓴다는 것은 관련 분야에서 이미 정설이다.

2017년 당시 나왔던 미사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수수께끼인데, 일단 캐니스터(발사관)에 담긴 채 등장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러시아의 토폴-M ICBM과 비슷하다. 이번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캐니스터에 담겨 있기 때문에 단서가 될 수 있는 엔진 노즐의 형태 등을 현재 상황에서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도 토폴-M처럼 고체연료 ICBM이라고 판단한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2017년에 나온 것은 당시 북한에 대형 고체연료 로켓모터가 없었기 때문에 100% 모형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것도 모형이라고 본다"며 "당연히 발사관보다는 미사일이 좀더 작을 테고, 기동성을 위해선 길이는 20m 정도 수준에서 유지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지상연소 시험을 이미 한 것으로 추정되니 몇 달 안에 발사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중령)는 "개인적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ICBM급 신형 미사일의 모형이라고 본다"며 "공개된 캐니스터 내부가 비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 북한의 신무기 공개방식을 보면 우선 열병식에 모형을 공개하고 이를 개발·시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개발되고 있는 무기체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엔진시험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 뉴스1 제공


그러잖아도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 중량당 추력)급 추진력을 지닌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고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당시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확고한 과학기술적 담보를 가지게 되였다"고 설명해, 고체연료 IRBM 또는 ICBM의 출현을 예고했다.

게다가 북한이 발표하진 않았지만 1월 29일과 30일 사이에 함경남도 마군포 엔진시험장에서 지상연소시험을 또 했다는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식별됐었다. 마군포엔 고체추진제 공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 시험한 엔진도 고체연료 로켓모터로 추정된다.

이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 ICBM은 발사 직전 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려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되기가 쉽다. 그렇게 되면 시험발사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무력화한다는 킬 체인(Kill Chain)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체연료 ICBM은 이런 절차가 필요 없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대형화에는 필연적으로 대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이 필요하다. 바닷속에선 액체연료 주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SLBM을 대형화하려면 당연히 잠수함도 커져야 하고, 그러려면 원자력 추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원자력 잠수함은 설계와 제작이 매우 어렵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고체연료 미사일은 맞아 보이는데, 미국과 중국의 고체 ICBM은 고성능 추진제인 NEPE,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가고 있는데 북한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만약 NEPE를 썼다면 미사일에 쓰인 관련 소재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7년 보고서 '중국과 북한의 고체추진제 잠대지미사일(SLBM) 개발경과와 정책적 대응방안'에서 '중국의 '쥐랑(JL)-2' 최신형과 같은 ICBM급에 도달하려면 NEPE 등의 고성능 추진제와 대직경 고체엔진 개발, 단 연결과 연소 제어, 부품 소재 경량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고체연료든 액체연료든 난이도가 높은 ICBM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는 단거리(SRBM), 준중거리(MRBM), 중장거리(IRBM) 순으로 단계를 밟는 쪽이 일반적이다. 2017년 북극성-2형 시험발사로 고체연료 MRBM까지는 성공했다고 치더라도, IRBM이 나오지 않은 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김동엽 교수는 이에 대해 "북극성-1형 SLBM과 2형 MRBM은 쌍둥이"라며 "2019년에 시험발사했던 북극성-3형을 IRBM으로 보면 된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 미사일은 실제 잠수함에서 쏘지는 않았지만, 물에 띄운 바지선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따라서 TEL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 합리적이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9일 저녁 방영된 녹화영상에서 이 미사일이 나오는 장면에 '화성포'라는 아나운서의 언급이 있어, 기존 화성 계열 미사일로 이름붙여진 것으로만 파악됐다.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군을 독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김정은. 스크린에 나오는 KN-24가 '화성포-11나형'이라고 명명돼 있다. 뉴스1 제공


화성 계열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액체연료 미사일이지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KN-24, 즉 '북한판 에이태킴스'가 '화성포-11나형'으로 명명된 사례가 있다.

추정해 보면 현재 15형과 17형 사이 비어 있는 16형이거나, 17형 다음이라는 의미로 18형이 될 가능성 2가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화성-7형(스커드-ER)과 화성-9형(노동) 미사일 사이 '화성-8형'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는데, 나중에 2021년 9월에 발사한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로 이름붙여졌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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