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축하와 칭찬의 힘

관리자 2023. 2.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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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제가 말씀드린 적 있나요? 10년 전에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들은 궂은 소식은 위로하는데 기쁜 소식은 축하에 인색하다고요. 그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후배들이 상을 타거나 좋은 기사를 쓰면 짧은 문자라도 보내는데요, 다들 정말 기뻐하고 고마워합니다.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축하와 칭찬의 영향력을 절감한 나는 딸이나 친구·후배에게 자주 아부성 덕담과 문자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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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제가 말씀드린 적 있나요? 10년 전에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들은 궂은 소식은 위로하는데 기쁜 소식은 축하에 인색하다고요. 그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후배들이 상을 타거나 좋은 기사를 쓰면 짧은 문자라도 보내는데요, 다들 정말 기뻐하고 고마워합니다.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신문사 후배가 오랜만에 안부 문자를 전하며 보내온 글이다. 실력이나 인품으로 급을 나누자면 나보다 대선배급이라 항상 고개가 절로 조아려지는 후배에게 받은 감사 문자에 내 마음은 벌써 봄기운을 느꼈다.

그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은 직장생활하면서 직접 체험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젠 좀 달라졌겠지만 직장은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지적과 비난이 압도적인 조직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마땅한 곳에서 엄지척이나 박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아주아주 드문 일이었지만 사내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평소 내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선배가 내가 상을 받고 자리로 돌아오자 너무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의아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했다. 물론 다들 바쁘고 자기 코가 석자인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그토록 자기 일에 바쁘고 냉정한 이들이 내가 실수를 했거나 상사에게 호되게 질책을 받았을 때는 친히 다가와 “아유, 어떡하나.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 “국장이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별거 아닌 일에 심하게 야단을 치나…”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만 그런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다른 매체의 기자 후배가 자신이 쓴 책을 보내왔다. 읽어보니 내용이 너무 좋아서 직접 전화를 걸어 “책 참 잘 썼더라. 내가 축하 밥을 살 테니 시간만 내줘”라고 말했다. 나중에 그 후배가 말하길 그 책을 직장 선배와 동료들에게 수십권을 직접 나눠줬는데 거의 대부분이 건성으로 책을 받거나 심지어 어떤 이는 “바쁘니까 거기 두고 가”란 말을 했단다. 그런데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칭찬도 하고 밥까지 사준다는 말에 울컥했단다.

내 어머니는 감정 표현이 담담한 분이셨다. 그런데도 막내인 나의 아주 사소하고 조촐한 성취에도 함박꽃 같은 미소를 지으시며 “아유, 대단하다” “우리 딸 잘했네” 등의 말씀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거나 와락 안아주셨다. 난 어머니의 칭찬과 미소 덕분에 성장했다. 어머니는 나의 가장 확실하고 열렬한 응원군이셨다.

나이가 들수록 말은 아끼고 지갑은 열라고 한다. 잔소리는 아껴야 하지만 칭찬과 격려의 말은 과소비해도 된다. 진짜 어른은 눈으로 나무라고 입으로 확실한 칭찬과 축하의 말을 하는 존재여야 한다. 현재의 내 처지와 비교하며 그들의 성취를 배 아파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어머니 덕분에 축하와 칭찬의 영향력을 절감한 나는 딸이나 친구·후배에게 자주 아부성 덕담과 문자도 보낸다. 주변 사람들의 궂은일에는 묵묵히 비가 그치기를 기도하고 그들이 무대에서 찬란한 빛을 받을 때는 프로 수준의 방청객처럼 돌고래 함성과 박수를 보낸다. 내가 더 자주 신명 나게 축하를 보낼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더불어 걸어가는 길이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햇살을 나도 누리며 살고 싶다.

유인경(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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