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내 집에서”… 영정도 애도도 없는 ‘씁쓸한 죽음’ [외로운 마지막 흔적, 고독사②]

김경희 기자 2023. 2.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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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늘지만, 피해 지원 全無... “홀몸노인 등 계약 피하고 싶어”
시신 인수 후 청소비 몇백만원... 대부분 연고 없어 집주인 수습

②속 끓는 임대사업자들

“안타깝죠. 근데 왜 하필 내 집에서 죽었나 싶죠.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수원특례시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정춘복씨(50대)는 아직도 2년 전 겨울을 잊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월세를 낮추고, 단기 월세까지 받아주게 되면서 69세 어르신을 처음 만나 반지하 방에 들인 그날이다.

정씨는 몇 개월간 꼬박꼬박 월세를 내던 어르신과 어느 날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간 정씨는 그곳에서 숨진 지 한참은 된 것 같은 어르신과 마주했다. 그는 “그때 날이 꽤 더워서 냄새도 심했고, 부패도 심했다”며 “계약했을 때 어르신 모습이 생각나서 안타깝기도 했는데, 당장 청소에 몇 백만원을 들이고 나니 ‘다음부턴 저런 사람들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안양시에서 여인숙을 하는 최복례씨(70대)도 2020년 2월만 떠올리면 아직도 무서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며칠째 인기척이 없던 60대 남성의 방을 들여다본 뒤 받은 충격이 아직 생생해서다. 2, 3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 안은 엉망으로 변해 있었고, 경찰과 119구급대가 시신을 인수해간 뒤 청소는 온전히 최씨 몫이었다. 그는 “여기서 20년째 여인숙을 하고 있는데, 인근에 여인숙이나 모텔 하는 사람들 중 이런 일 안 겪어본 사람이 없다”며 “그때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아직도 그 방에 들어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최씨는 20년간 운영해온 여인숙을 정리하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에서 올해로 13년째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병현씨(60대)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도 없고, 동사무소에서도 안 해주니 사람을 부르기엔 비용이 부담되고 해서 내가 직접 방을 정리했다”며 “미안한 말이지만, 좀 찝찝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독사 발생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간접적 피해자인 주변인들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독사를 경험한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원망만이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원망 등의 악감정은 ‘주변 이웃들을 세심하게 챙겨 고독사를 막아야겠다’는 마음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들이지 말고 피해야겠다’는, 일종의 배척 감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유품정리사로 일하는 김새별씨는 “현장에 가면 당장 청소비를 누가 낼 것이냐를 두고 가족들과 집주인 간의 실랑이가 생기곤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외롭게 떠나신 분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가는데, 그(애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현장에서 불거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K-클로즈업팀(김경희, 한수진, 이나경 기자)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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