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SNS 부자

김홍수 논설위원 2023. 2. 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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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의 주인공이 '보람이의 아기동생 돌보기 놀이' 영상에서 동생에게 젖병을 물려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30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보람튜브는 가족법인을 만들고 서울 청담동 건물까지 매수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아이 유튜브 채널 붐을 일으켰다. 2020년 MBC 노조는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다"고 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몇 년 전 맨유 시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소속 팀에서 받는 연봉보다 SNS(소셜 네트워크) 광고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4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덕분이었다. 인스타그램 광고만으로 한 해 4000만달러(약 500억원)를 벌었다. 선수 연봉보다 100억원 이상 많았다.

▶1인 방송 플랫폼, 유튜브는 스타가 아니더라도 좋은 콘텐츠만 만들면 누구나 부자가 될 길을 열어주었다. 1억3000만명 구독자를 가진 세계 1위 개인 유튜버, 미국인 지미 도널드슨은 25세 대학 중퇴생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미스터비스트(MrBeast)는 ‘남극에서 50시간 살아남기’ ‘마트의 모든 전자 제품 사기’ 등 기발한 콘텐츠로 한 해 5400만달러(약 680억원)를 번다. 한국 ‘오징어 게임’을 본떠 1인당 2000달러를 주고 456명을 투입해 만든 오징어 게임 재현 영상은 조회 수를 3억회 이상 올렸다.

/일러스트=박상훈

▶한국에도 SNS 부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MBC 노조가 “임직원 1700명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유튜버와 광고 매출이 비슷하다”고 개탄하게 만든 ‘보람튜브’. 여섯 살 소녀가 짜장 라면을 끓여 먹는 5분짜리 영상 하나로 아파트 한 채 값을 벌었다. 제2 보람 가족을 꿈꾸는 아동 유튜브 채널이 대거 등장하면서 ‘애테크’(아이+재테크)란 말을 유행시켰다. 괴기스러운 스토리의 창작 애니메이션(계향쓰)과 생활 소품 만들기(옐언니)로 조회 수 1·2위를 다투는 유튜버들은 연소득이 50억 이상이다. 라면 10개를 한 번에 먹어치우는 먹방계 1위 여성은 구독자 1050만명을 거느리며 한 해 25억원씩 번다.

▶SNS 부자를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지만 결코 ‘쉬운 성공’이 아니다. 유튜브에선 1분당 500시간 분량의 새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한 사람이 하루분 새 영상을 다 보려면 82년이 걸리는 분량이다. 독창적 콘텐츠라야 접속자의 시선을 단 몇 초라도 붙들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유튜버 상위 30위 중 15명이 새 멤버일 정도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 상위 30위 유튜버는 구독자를 평균 517만명 보유하면서, 연평균 22억원을 벌고 있다.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정당한 노동의 대가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 초대형 대박 앞에서 탈세 유혹도 큰 모양이다. 국세청이 유튜버, 인플루언서, 웹툰 작가 등 84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탈세는 투명성, 공정함을 기본 질서로 삼는 SNS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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