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0] 중국인이 달 그리는 법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2.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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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달을 중국인들은 공교롭게 다룬다. 달을 바로 묘사하지 않고 그 옆에 희미하게 드리운 구름을 먼저 그린다. 이른바 달무리라고 하는 ‘주변’을 그려 ‘본체’인 달 이미지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주위에 달무리를 퍼뜨려[烘] 달을 드러내다[托]라는 뜻에서 이 전통 회화(繪畵)기법을 보통 홍탁(烘托)이라고 적는다. 그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성어는 ‘구름을 퍼뜨려 달을 돋보이게 하다’라는 뜻의 홍운탁월(烘雲托月)이다.

대상을 다루는 방식이 퍽 우회적이고 간접적이다. 회화의 이 기법은 주변에 퍼진 구름 모습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오히려 더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새파란 잎사귀를 받쳐 그려 모란꽃을 더 장중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는 비단 회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매사에 그렇다.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우회와 간접의 가능성을 먼저 엿본다. 메시지를 직접 던지기도 하지만 때론 글 사이에 제 본뜻을 숨겨 은근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글의 줄 사이에 숨어있는 메시지라고 해서 우리도 ‘행간(行間)’이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성어로는 글자 속, 그 행의 사이라는 뜻에서 자리행간(字裏行間)이라고 적는다. ‘말 바깥의 뜻’이라는 새김의 언외지의(言外之意)도 마찬가지다.

음악에서도 선율이 지나가는 흐름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는 경우가 있다. 보통 현외지음(弦外之音)이라고 한다. 그렇듯 그림 속의 그림, 말 바깥의 말, 소리 외부의 소리가 더 중요한 중국이다. 따라서 남과 싸울 때도 우회와 간접의 은밀한 접근을 중시한다.

우회와 간접 방식은 첩보전 영역에 가장 적합하다. 중국이 정보 수집 용도로 띄운 듯한 풍선에 미국이 크게 놀란 모양이다. 은밀한 침투와 접근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이 한 수 위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써 미국인의 경계감을 최고치로 높였으니 중국으로서는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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