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정찰풍선으로 날아간 미·중협력 가능성

2023. 2.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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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 등 訪中 앞서 ‘악재’ 터져
숨돌리던 양국 갈등 재격화 예고
‘줄다리기’ 北 도발수위 높일 듯
한반도 긴장 국면… 만전 기해야

미·중 관계가 장애물을 만났다.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날다가 F-22에 의해 격추되었다. 중국은 기상관측을 위한 민수용 비행선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단호한 입장이다. 즉, 이번 중국 정찰풍선의 용도는 군사정찰용이며,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국 정찰풍선이 최소 세 차례 미 영공에 진입한 사실을 바이든 행정부가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취소되었으며, 미·중 외교장관 회담 역시 무기한 연기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추가 수출통제 조치는 물론 중국인의 대미 투자 규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규제 등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진핑의 중국은 대미 정책을 매우 강경하게 추진했다. 2021년 초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3C 즉, 필요할 경우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고 충돌하며 협력한다’고 언급한 것 대해 중국은 강경한 태도로 반박했다. 즉, 중국과 경쟁 및 충돌하려는 미국이 동시에 협력을 꾀한다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며,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의 대미 태도는 시진핑 3연임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대미 태도는 매력 공세 즉,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의 강경한 태도와는 사뭇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와 중국의 국내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 국면 속에서도 줄곧 미·중 간의 협력 분야가 존재한다는 입장이었다. 즉, 글로벌 경제, 기후변화, 핵 비확산 및 군비통제, 한반도 문제 등이다. 3연임 이후 시진핑은 이와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협력 기조에 응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미·중 양국 모두 서로 다른 의도를 품고 있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국내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경제 상황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이라는 큰 틀을 변경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첨단기술산업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여기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 더 나아가 중국 배제를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공급망을 독식하는 정책은 중국의 경제를 옥죄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은, 이를 통해 미국의 중국견제를 느슨하게 만들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 간 협력 가능성은 최근 불거진 정찰풍선 사건으로 인해 불투명해져 버렸다.

미·중 대결과 코로나19 상황은 북한에도 큰 고역이었다. 과거 미·중 대결 국면에서 북한은 소위 줄타기외교를 하며 자국의 생존과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중국은 국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심하게 망가진 북한경제를 회복시켜줄 만큼 넉넉한 경제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영역을 만들어가려는 시진핑의 기조 변화는 북한에도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간 북한은 미·중 경쟁의 덫에 갇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양국이 한반도 상황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 시작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멘텀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찰풍선 사건은 미·중 간의 협력 분위기와 함께 이러한 북한의 기회까지 꺾어놓은 사건이 되어버렸다.

물론 미·중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은 ‘미·중 관계가 중국에 달려 있고,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 의지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향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며, 북한은 계속해서 군사적 도발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반도의 긴장국면에 대한 대비태세에 재차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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