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고 날아올라 ‘시저스킥’…2022년 아름다운 골 ‘톱3’ 들까

김세훈 기자 2023. 2. 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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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절단 장애 축구선수 올렉시
왼발 잃은 아픔 딛고 터트린 원더골
레반도프스키 SNS 공유로 화제
푸슈카시상 최종후보 뽑힐지 주목
작년 11월 폴란드 절단 장애인 축구리그에서 시저스킥을 넣고 있는 마르신 올렉시. 이 골은 FIFA 푸슈카시상 후보골 11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유튜브 캡처

2010년 작업 중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아마추어 골키퍼로서 삶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족을 끼고 다시 일어서 9년 만에 공을 찼다. 절단 장애 축구선수로 푸슈카시상 후보에 오른 마르신 올렉시(36·폴란드)는 “아들과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렉시는 9일 미국 ESPN 인터뷰에서 “내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디미트리 파예(올림피크 마르세유)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게 행복하다”며 “처음에는 전혀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올렉시는 지난해 11월 폴란드 절단 장애인 축구리그에서 멋진 시저스킥을 넣었다. 오른발과 목발로 달리다가 크로스가 날아오자 목발을 짚고 점프하며 날아올라 오른발로 터뜨린 골이었다. 이 영상은 폴란드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폴란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세계에 소개됐다. 올렉시는 “날아오는 공을 보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찼다”며 “공을 따라가면서 네트에 꽂히는 걸 보고는 마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골은 지난 1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푸슈카시상 후보골 11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푸슈카시상은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헝가리 전설적인 선수 푸슈카시 페렌츠(1927~2006년)를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2020년에는 손흥민(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에서 70m가량 단독 돌파하며 넣은 골로 이 상을 수상했다.

올렉시는 왼쪽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 전에는 아마추어 골키퍼였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폴란드 하위리그 클럽에서 뛰었다. 그러나 2010년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는 “구급차가 왔을 때 의식이 있었는데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잃었다”며 “왼쪽 다리가 잘려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내 다리를 놓고 농담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고 이후 아들을 출산했다. 올렉시는 “아들 토마츠를 보면서 축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며 “스포츠 의족을 받고 아들을 축구장으로 데려가서 축구를 다시 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뒤 9년이 지난 때였다. 올렉시는 “목발을 짚고 축구를 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만드는 걸 사람들이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FIFA는 10일 최종 후보군 3골을 추린다. 올렉시는 “파예, 음바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 골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바페는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논스톱 골을 터뜨렸고 곤잘레스는 아르헨티나리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네트를 흔들었다. 파예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코너킥을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을 뽑았다. 올렉시가 최고로 꼽는 골은 파예 골이다. 올렉시는 “그 위치에서 그런 방식으로 골을 넣으려면 정말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푸슈카시상 최종 수상자는 오는 27일 FIFA 어워즈 갈라에서 발표된다. 우승자는 팬·전문가 투표 등으로 결정된다. 올렉시는 “레반도프스키가 나에게 투표해주면 좋겠다”며 “나는 이번에 후보에 오른 내 골보다 (앞으로) 더 아름다운 골을 넣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렉시의 푸슈카시상 후보에 오른 골 장면은 FIF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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