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야구 에이스 김라경 “일본 무대서 부상…독기 품고 마운드 복귀할 것”

김하진 기자 2023. 2. 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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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입단후 연습 투구 중 팔 다쳐
한국서 재활하며 재도전 준비 중
“투수 안 되면 타자로라도 뛰겠다”
한국 여자 야구 선수 최초로 일본 여자실업리그 무대에 진출했던 김라경은 첫 연습경기에서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았지만 다시 도전하겠다며 힘든 재활을 견뎌내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뛰던 시절의 김라경(왼쪽)과 팀 동료. 김라경 제공

김라경(23)은 지난해 6월 한국 여자 야구 선수 최초로 일본 여자 실업리그 무대에 진출했다.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한 그는 꿈에 그리던 마운드에 섰다.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올라간 게 그의 첫 등판이었다.

그런데 연습 투구를 하던 중 발을 잘못 디뎌 무게중심이 팔에 쏠리게 됐다. 그 순간, 팔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상황이 안 좋구나’라고 느끼며 마운드에 올랐는데 팔에 통증이 몰려왔다. 김라경은 결국 첫 타자의 몸을 맞히고 팔을 부여잡고 마운드에서 쓰러졌다. 일본에서 김라경의 첫 등판은 그렇게 아쉬움 속에 끝났다.

그리고 11월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간의 기나긴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라경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최근 기자와 통화하며 “다시 일본 리그에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라경은 7살 터울의 오빠 김병근을 따라 다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2015년 중학생 신분으로 여자 야구 최연소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2016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 야구 월드컵에 출전했다. 2019년에는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 미국전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 여자 야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1년에는 여자 야구팀 ‘JUST DO BASEBALL(JDB)’을 직접 창단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것도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한국 여자 야구의 상징이 된 그에게 일본 아사히 트러스트에서 영입 제의가 왔고, 더 큰 무대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일본 도전은 부상으로 한 경기 만에 끝났지만 김라경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부상 후) 처음에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수가 안 되면 타자로라도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다친 팔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재활을 부지런히 했고, 일본어 공부도 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김라경은 “재활을 하면서 근육도 많이 올리고 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만들었다. 그런데 캐치볼을 해도 팔이 안 올라와서 한국에서 검사해보니 수술해야겠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시련은 그를 더 성장하게 했다. 김라경은 “처음에는 ‘내 팔이 잘못됐구나’라고 느끼고 상실감이 컸는데 동기부여가 더 된 것도 있다”며 “한이 맺혀서 악으로, 독기를 품고 준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라경은 다시 마운드에 오를 그 날을 위해 재활 트레이닝 센터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현재는 기초 재활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브리온 컴퍼니’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고 다시 일본 야구 진출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라경은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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