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생태계 바꾸려면, 우선 '미디어 바우처'다

정철운 기자 2023. 2. 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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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네이버, 다음, 유튜브, 페이스북 뉴스 매개 수익금 재원으로 바우처 후원 제도 운영" 제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Gettyimages.

빠르고, 자극적이고, 뭐든 많이 쓰는 오늘날의 기사 생산구조는 포털에 적응한 결과다. 모두 포털 중심의 뉴스 생태계 문제를 지적하지만, 중요한 건 생태계를 바꿔낼 '균열'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 바우처'는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발간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언론 후원 제도>(책임연구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공동연구 김찬중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언론 후원 제도'의 근본 목적이 “언론사 재정난 해소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하고 신뢰받는 저널리즘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디어 바우처는 뉴스 이용자가 일정 액수의 바우처를 지급받고 이를 언론에 배분하는 제도로, 2021년 5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할 당시 '미디어바우처' 개념을 도입했다. 김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 정기간행물 등 2500여억원의 정부광고비를 집행하기 위한 기준을 국민들이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제도 주체는 정부기관, 재원은 세금인 셈이다.

반면 이번 연구서는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언론 후원 제도의 시행 주체를 정부나 그 위탁기구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며 “오늘날 언론과 관련된 많은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뉴스를 매개하는 플랫폼 기업도 미디어 바우처 후원 제도의 시행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서는 “제도에 필요한 재원도 세금이나 공적인 성격의 기금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며 “플랫폼 기업은 뉴스 매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차원에서 그 수익의 일부를 저널리즘 시장실패 문제 해소를 위해 미디어 바우처 후원 제도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저널리즘 진흥 기금' 성격이다.

국민들도 이 같은 아이디어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연구진이 2022년 8월26일부터 9월2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디어 바우처 후원 제도 실시에 대해 56.9%가 찬성, 18.1%가 반대 의견을 밝혔는데 제도 시행 주체로 “정부나 공공기관”을 꼽은 응답이 35.4%, “네이버, 다음,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디어 기업”을 꼽은 응답이 39.2%로 나타났다. 제도 운영 재원에 대해서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조성한 공공의 기금”이 28.0%, “네이버, 다음,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미디어 기업의 수익금”이 54.7%였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플랫폼 기업이 뉴스를 매개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재원으로 삼아 직접 바우처 후원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디어 바우처 후원을 위해 연간 지급받고 싶은 금액은 1만 원 27.8%, 3만 원 22.4%, 5만 원 20.9% 순이었다.

연구진은 앞선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종합해 “미디어 바우처 후원은 언론사나 언론인보다 뉴스 기사를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언론사 대상 후원은 소수 유명 언론사로 후원이 집중될 소지도 있는 반면, 뉴스 기사 후원은 미디어 바우처가 다양한 언론사로 분산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제안했다.

연구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파편화되고 피상적인 뉴스 소비 행태가 증가하고, 언론 신뢰도와 만족도는 하락하고 있다”며 “미디어 바우처 후원 제도는 후원할만한 언론사나 뉴스 기사를 비교하고 판별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뉴스 이용자들이 저널리즘 품질이나 그 기준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를 갖게 되고 고품질 저널리즘 생산에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바우처 후원은 디지털 뉴스 유료 구독이나 자발적 후원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이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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