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서두르다 체한’ 구글, 챗봇 공개 첫날 ‘엉터리 답변’

이재덕 기자 2023. 2. 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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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빙’ 공개한 다음날 시연 중
‘태양계 밖 행성 첫 촬영’ 질문에
사실과 다른 답변 내놔 망신살
알파벳 주가 7% 이상 급락 ‘불똥’
구글 ‘바드’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관련한 질문에 오답을 하고 있는 바드 시연 영상. 영상 속에서 바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행성의 사진을 처음 찍은 망원경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칠레의 파라날 천문대의 거대망원경이 외계 행성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구글 바드 시연 영상 캡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인류는 어떤 사실을 알게 됐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아이들도 알기 쉽게 풀어주겠다고 ‘검색의 제왕’ 구글이 새로운 인공지능(AI) 시스템까지 선보이며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내놓았지만 오답으로 드러났다. 이번 일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7% 이상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구글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행사를 열고 챗봇 ‘바드’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검색 시스템을 공개했다. 텍스트 검색뿐 아니라 구글 맵(지도), 구글 렌즈(이미지 검색), 번역 등에도 AI 기술이 사용됐다. 구글의 발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AI 챗GPT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버전의 검색엔진 ‘빙’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이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가령 가족에게 맞는 차를 구입할 경우 바드는 “예산 등을 고려하고 이를 단순화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드는 전기차 구입 여부를 묻는 시연 영상에서 ‘환경 기여’ ‘세금 혜택’ ‘적은 유지비’ 등 긍정적인 면과 ‘높은 가격’ ‘배터리 크기에 따른 주행 제한’ ‘오래 걸리는 충전 시간’ 등의 부정적인 면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바드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 앞서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바드가 ‘새롭고 고품질의 답변’을 내놓는다면서 바드에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에 대해 아홉 살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라고 묻고 답변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구글의 시연 영상에서 바드는 “태양계 밖 행성에 대한 최초의 사진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이전에 인류는 약 20여개의 외계행성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직접 촬영된 최초의 외계행성은 ‘2M1207b’로,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운영하는 파라날천문대의 거대망원경 VLTfh가 2004년 찍은 것이다. 바드의 답변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알파벳의 주가가 7.68% 급락했다.

이는 전날 MS의 새로운 챗봇 빙이 챗GPT보다 더 진화한 형태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점과 대비된다. 빙은 어디에서 정보를 가져왔는지 ‘출처’까지 표기되고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도 있다. 빙은 1시간 전 온라인 뉴스 등을 반영해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구글 발표에 따르면 구글 번역에 AI 기능이 탑재되면서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를 시작으로 ‘문맥’ 번역이 강화될 예정이다. 여러 가지 뜻을 가진 단어와 표현을 AI가 전체 글의 내용을 기반으로 번역해 한층 자연스러운 표현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일 수 있는 언어에 대해서는 사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구글은 덧붙였다. 구글은 바드 등 새로운 AI 서비스를 수 주 안에 일반 대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챗GPT나 바드 같은 인공지능 챗봇은 항상 틀릴 수 있고 문제성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 오류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지 논의하는 과정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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