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각 “진먼다오 비무장화”에 중국 “가능한 한 빨리 도움 주고파”

이종섭 기자 2023. 2. 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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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화약고’ 대만 최전방
내년 대만 총통 선거 겨냥
중, 강·온 양면 전략 구사

대만 일각에서 중국 본토와 마주한 진먼다오(金門島)를 ‘비무장지대화’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중국 당국이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대만에 대한 강경 일변도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진먼다오의 비무장지대화에 관한 질문을 받고 “평화, 발전, 교류, 협력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목소리이며, 양안 동포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고 현지매체가 9일 보도했다. 주 대변인은 이어 “진먼 발전, 중국 샤먼(厦門)과 진먼 간 협력에 관한 진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진먼다오는 중국 본토의 푸젠(福建)성 샤먼시에서 10㎞가량 떨어져 있는 섬이다. 대만의 최전방이나 다름없어 양안 사이의 ‘화약고’로도 불린다. 과거 대만해협 위기 시 두 차례나 중국 본토의 포격을 받는 등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실제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최근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영구 비무장지대화 요구가 나온다. 진먼현의회 정치단체 ‘초당파정치연맹’과 ‘무당적연맹정치단체’는 지난 6일 공동 선언문을 통해 진먼다오를 영구 비무장지대로 만들어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고, 진먼다오와 샤먼을 연결하는 해양대교 건설을 조기 추진해 ‘진샤 특구’ 생활권을 통한 경제 발전을 촉진하자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차원의 요구로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양안 갈등 고조에 따른 대만 내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비슷한 주장을 폈던 스밍더(施明德) 민진당 주석은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진먼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기쁘다”며 “함께 노력해 전쟁의 뇌관을 없애고 중국 공산당에 올리브 가지를 보내 세계 평화에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 16개 도시와 대만을 잇는 직항 노선의 재개를 제안했으며,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취했던 대만산 식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샤리옌(夏立言) 부주석이 지난 8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대만 정책을 담당하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등을 만나기로 한 것도 양안 간 유화적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집권 민진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자국에 유리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만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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