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투기 지원을”…영·프·독 정상은 ‘확답’ 안 해

전쟁 후 유럽 처음 방문
“자유가 러시아를 이긴다”
영국 의회에서는 연설

수낵 영국 총리와 탱크 앞에서 ‘찰칵’ 영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군이 훈련을 받고 있는 잉글랜드 남서부 룰워스의 군사시설을 방문해 챌린저2 탱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영국에 이어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독일 정상과 회동했다. 이번 방문은 사전에 예고된 것이 아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후 유럽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고, 외국에 나온 것은 지난해 말 미국 방문 이후 두 번째다.

BBC 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3개국 정상들에게 전투기 지원을 재요청했고, 이들은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전투기에 관해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먼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회담을 했다. 수낵 총리는 공항까지 직접 나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며 의원들에게 “자유가 이기고 러시아가 질 것”이라며 “참호에 있는 우리 군인들을 대신해 영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린지 호일 하원의장에게 우크라이나 최고 엘리트 조종사의 헬멧을 선물하고, “전투기는 자유를 위한 날개”라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후 “수낵 총리가 국방장관에게 어떤 전투기를 보낼 수 있을지 살펴보라는 임무를 줬지만, 분명한 건 이건 단기가 아닌 장기 해법”이라고 말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버킹엄궁으로 이동해 찰스 3세 국왕을 만났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방문에 맞춰 우크라이나군 훈련 대상을 전투기 조종사와 해병대로 확대하고, 장거리 무기 등 군사 장비 지원 속도도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후 늦게 프랑스 파리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을 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이 오후 9시50분쯤 파리 외곽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영접했고,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엘리제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기다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유럽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유럽 가족의 일원”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에 해온 재정적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무기 지원을 필요한 만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중화기를 빨리 얻을수록, 우리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빨리 얻을수록 러시아의 침공은 더 빨리 끝나고 유럽은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프랑스 대통령실을 인용해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