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얼라인이 내심 고마운(?) 금융지주…심기 불편한 금융당국

조슬기 기자 입력 2023. 2. 9. 21:21 수정 2023. 2. 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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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은행주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낯설어하면서도 반기는 개인 투자자들이 요즘 많습니다. 만년 저평가 신세를 면치 못했던 주식이었는데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 대표의 주주환원 캠페인 덕분에 주가가 부스터를 단 마냥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선데요. 

은행주 체질 개선에 앞장선 이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은행권에 불러온 파장은 꽤 컸습니다. 매년 역대급 호실적에도 주주들의 이익 환원 목소리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BNK금융지주를 필두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잇따라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눈에 띄는 건 금융지주사마다 총주주환원율을 이전보다 높였다는 점인데요. KB금융이 2022년 총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7%포인트 늘어난 33.0%로 결의했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30.0%로 전년보다 각각 4%포인트, 4.6%포인트씩 늘렸습니다. 이와 함께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 형태로 총주주환원율을 꾸준히 높여나갈 것임을 밝혔습니다. 대출 성장률을 줄이고 주주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본 배치를 바꿀 것을 요구했던 이 대표 입장에선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금융지주사들은 왜 갑자기 순순히(?) 주주환원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걸까요?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겠다던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무서워서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리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고금리로 은행 대출 고객들의 한숨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결과란 평이 많은데요.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금리를 대폭 올리고 금리 인하기에는 예금금리를 발 빠르게 내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이자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유독 이러한 행태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일곱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동안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대폭 올려 원성을 샀습니다. 반면 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을 때는 기다렸다는 듯 5%대 예금금리를 3%대로 인하해 눈총을 받았고요. 그러면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 8%대를 유지해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새해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단축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점심시간 영업 중단'을 추진하는 꼼수를 부려 논란을 자초했고요. 최근에는 막대한 성과급 돈잔치로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국 고금리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이자 상환 부담을 등에 업고 은행들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처럼 은행들도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모를 리 없습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은 그간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던 찰나에 들려온 이 대표의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는 과도한 이자장사 비난을 누그러뜨릴 만한 나쁘지 않은 카드였습니다. 막대한 이자 수익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들에게도 일정 부분 나눠달라는 요구에 응하는 것도 사회적 요구에 화답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라는 이유에선데요. 

금융지주사들의 이러한 계산된(?) 행보를 불편한 심기로 바라보는 곳도 있는데요. 바로 금융당국입니다. 당국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를 직접 겨냥해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 보다는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고요. 실제로 금융위는 은행권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이 단순히 주주환원에만 집중한다면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과 지원여력이 약화돼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물론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이 가져온 변화와 노력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국내 상장 은행들이 해외 은행과 비교해 손색없는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을 갖췄음에도 부족한 주주 환원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린 공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데요. 주주환원 요구에 대한 금융지주사들의 화답이 과연 선의인지 아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이 내놓은 이번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긴 의도치 않은 성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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