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탈퇴 금지’ 손본다는 노동부…노조는 “위법 아냐”
‘포스코지회 임원 제명’ 계기…하부조직을 노조로 볼 지 관건
금속노조 “대법 판례서도 조건 충족해야 조직형태 변경 가능”
정부가 하부조직(지부·지회) 집단탈퇴를 금지한 산별노조 규약을 시정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더라도 조직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바꾸는 걸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금속노조가 기업노조 전환을 추진한 포스코지회 임원 3명을 제명한 사건 등을 계기로 노조 규약의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노동부가 산별노조의 해당 규약을 위법하다고 보고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계는 민주노총에 가맹된 산별노조 세 곳을 겨냥한 이번 시정명령 추진을 “산별노조 체계 부정,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9일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공무원노조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조직형태 변경을 통한 산별노조 집단탈퇴를 직접적으로 금지’한 금속노조·사무금융노조 규정, ‘조직형태 변경을 공약 내용으로 할 경우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전국공무원노조의 규정이다. 노동부는 “노조법은 총회 의결을 거쳐 노조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시정명령 추진 대상 규약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노조 규약이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노동부는 다음주 중 서울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쟁점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을 노조로 볼 수 있는지’다. 노조법상 조직형태 변경 권한은 노조가 가지고 있다.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는 연합체가 아닌 단일노조이기 때문에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다. 따라서 조직형태 변경 권한은 단위사업장 조직이 아니라 금속노조에 있다. 다만 2016년 대법원 판례는 ‘하부조직이 독자적 규약·집행기관을 갖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해 비법인 사단인 노동자단체에 준하는 지위’일 경우 총회를 거쳐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칙적으로 산별노조만이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산별노조 하부조직도 조직형태 변경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지회 등 하부조직을 독립한 단체로서 운용하지 않는 산별노조가 하부조직이 조직형태 변경 방식으로 집단탈퇴하려는 시도를 금지하는 건 결코 위법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별노조는 조직형태 변경을 통한 집단탈퇴는 금지하고 있지만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탈퇴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단위노조인 금속노조가 조직 내부의 통제와 단결력 강화를 위해 집단탈퇴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독자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개별 하부조직 집단탈퇴의 유효성을 다투는 게 아니라 모든 사안에 적용되는 규약 자체를 문제 삼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하부조직의 실제 운용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하부조직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통한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하는 노동부 행태가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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