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 생존, 일주일 고비…전문가들 “공기·물·희망 필수”
“5일 지나면 생존 사례 드물어…열악한 겨울 날씨 최대 복병”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발생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에 깔린 피해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도 지진 발생일로부터 5~7일간이며, 이들이 직면한 환경에 따라 생사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AP통신은 이날 응급의료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대지진 피해자들을 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을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대부분의 구조는 재난 발생 직후 24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하며, 그 뒤부터는 하루가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 및 재난의학 전문가인 이재론 교수는 “일반적으로 5일에서 7일 이후 생존자를 찾는 것은 드물고, 대부분의 수색팀들은 그때부터 수색 중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유사한 상황에서 일주일 이상 생존한 사례도 더러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가 발생한 뒤 80대 여성 노인과 10대 손주가 찌부러진 집 안에서 9일 만에 생존한 채 발견된 것이 대표적이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에는 16세 소녀가 보름 만에 지진 잔해에서 구출됐으며, 1995년 한국에서 발생한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에도 19세 여성이 17일 만에 구조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생존 사례는 일반적으로 매우 드문 편이다.
전문가들은 잔해 중 생존할 확률은 부상이나 갇힌 방식 등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캘리포니아대의 크리스토퍼 콜웰 박사는 “사람들이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많이 본다”며 “이들은 젊은 사람들인 경향이 있었고, 공기나 물과 같은 생존 필수 요소에 접근하는 등 매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듀크대의 리처드 문 박사는 “사람들은 음식이 없어도 몇 주 동안 살 수 있기에 음식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물 없이는 단 며칠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지 절단 등 외상성 부상을 입거나,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이들은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주목된 ‘압좌증후군’도 위험요소다. 무거운 물체에 깔린 사람이 그 압력을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는데, 이때 죽은 세포에서 발생된 독소가 급성 신부전이나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압좌증후군은 무거운 물체를 치운 뒤 더 위험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열악한 현지의 기상 상황도 살아남은 이들에게 고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색팀과 응급 요원들은 영하까지 떨어지는 튀르키예의 겨울 날씨가 잔해 속 생존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정신 상태도 생존 기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스웨스턴대의 조지 치암파스 박사는 “살아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생존자끼리 서로 기댈 수 있지만, 생존자들이나 구조자들과 접촉하지 못하고 시신들 사이에 갇힌 경우에는 살아남겠다는 희망을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 11일 만에 구조된 한 남성은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주변의 생존자들과 계속 격려했으며, 떨어져 있던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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