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리인상 종료후 미국 증시 살펴보니

김지섭 기자 2023. 2. 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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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과거 금리인상 끝난 뒤 시장 어땠나?

최근 고용 지표를 제외한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고, 물가 상승률이 한풀 꺾이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달 금리 인상 폭을 1년여 만에 ‘베이비 스텝(한 번에 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전환하며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연준은 지난해 5~12월 4차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2차례 빅 스텝(한 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금리를 4%포인트(0.5%→4.5%)나 올리는 고강도 통화 긴축을 시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한 차례 더 베이비 스텝(4.75%→5%)을 뗀 뒤, 금리를 동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지난해 부진했던 글로벌 주식시장은 올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며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금리 인상 종료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WEEKLY BIZ가 금리 인상 사이클을 거쳤던 미국의 1994~5년, 1999~2000년 사례를 통해 경제 향방을 분석했다.

미 금리인상 사이클/그래픽-김의균

◇금리 인상 종결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한 차례 더 베이비 스텝이 이뤄진 뒤, 9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11월에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은 ‘채권 시장 대학살’이 일어난 1994~95년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당시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연준은 1994년 2월부터 1995년 2월까지 1년 간 자이언트 스텝을 포함해 도합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7월부터 금리 인하로 전환했다.

당시 금리 인상 국면에서 폭락했던 채권 가격은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6~7개월 만에 3~4%포인트 가량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2~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94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금리 인상이 종료되자 훨훨 날았다. S&P500 지수는 1995년 한 해에만 33% 상승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닷컴 버블’ 시기였던 2000년 전후 경제 상황도 지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자 연준이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1년여 간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올렸다.(4.75%→6.5%) 그러다 경기 침체와 함께 주식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연준은 2001년 1월 긴급 회동을 갖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뒤 2003년 6월까지 금리 인하를 이어갔다. 한때 6.5%에 달했던 기준금리는 3년여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이때 채권 그래프는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채권 금리가 오르다 2001~2003년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서자 채권 금리도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사뭇 달랐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주가가 끝없이 미끄러지면서 2001년 초 1300대이던 S&P500지수가 2003년 초 800대까지 밀렸다.

◇주가는 하락에 무게...선반영 효과 고려해야

1995년과 2001년 사례를 대입하면, 채권 금리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3~5월을 기점으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피봇(pivot·입장 선회) 가능성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특성상 미 국채가 유망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1994년엔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주가가 힘차게 반등한 반면, 2001년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결국 경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미국 경기 향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인 콘퍼런스보드(CB) 경기선행지수(LEI)는 1994년 금리 인상이 이뤄지던 1년여간 상승세를 유지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오히려 상승 흐름(56→59)을 보이기도 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꾸준히 90 이상을 나타낼 만큼 공고했다. 반면 2000년 초반에는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금리 인상 사이클 마지막 4~5개월간 LEI 증가율이 둔화(1.0→-0.5%)되고,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떨어졌다.(58.0→54.1)

경기를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1994년보다는 2001년에 더 가깝다. 미국 성장률 및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LEI는 지난해 12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12월 LEI는 6개월 전 대비 4.2% 떨어졌는데, LEI가 이만큼 떨어지고도 경기 침체를 피한 적은 1959년 이래 한 번도 없다. CB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때 LEI의 하락 폭(6개월 전 대비)은 평균 -3.1%(팬데믹 제외)였다. 소비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PMI가 부진에 빠진 것도 2001년과 유사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은 상승보다 하락에 무게가 실리지만, 2001년과 같은 장기 베어마켓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0년 초반과 달리 이번 사이클에서는 금리 인상과 함께 경제지표 및 주가 조정이 조기에 워낙 크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2000년 초반에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1년간 20% 넘게 상승했으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반대로 40% 가까이 폭락했다. 금리 인상기 PMI와 LEI 하락 폭도 2000년 초반보다 이번이 2~3배가량 크다.

따라서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 종료돼도 추가로 큰 부진이 진행되기보다는 비교적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다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리오프닝과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 엔데믹 체제 본격 전환 등도 금리 인상 후유증을 완화해 줄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995년처럼 금리 인상 종료 직후 강한 주가 상승 랠리가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2001년처럼 거품이 완전히 꺼지는 상황도 가능성이 낮다“며 “주가와 경기 지표 모두 2001년과 1995년의 중간 수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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