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추정 신형 미사일·화성-17형 11대 ‘심야 무력쇼’
화성-17형은 과거의 2배 이상 공개…질적·양적 향상 과시
‘전술핵 운용부대’도 언급…대남·대미 ‘강경 메시지’ 발신
북한이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포함해 최소 10대의 ICBM을 공개했다. 가용한 ICBM을 총동원해 질적·양적으로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군사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에서 열린 열병식 보도와 함께 화성-17형과 고체연료 ICBM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사진을 공개했다. 신형 미사일은 9축 18륜 이동식발사대(TEL) 위의 원형 발사관(캐니스터)에 실린 형태였다.
북한은 2017년 4월15일 김일성 105번째 생일 열병식 때 원형 발사관에 실린 ICBM급 추정 미사일을 공개했는데 당시 TEL이 8축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사일 길이가 길어졌다. 다만 22~24m 크기의 화성-17형이 11축 22륜 TEL에 실렸던 점으로 미뤄볼 때 화성-17형보다는 길이가 짧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형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해 12월15일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실험을 진행할 당시 외부에 노출한 로켓 모터보다는 직경이 더 커진 것으로 식별된다. 모형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이 열병식에서 모형을 선 공개하고 개발·시험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볼 때 실제 개발 중인 무기체계”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출력고체연료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신속한 핵반격능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ICBM 체계 개발”을 천명하면서 고체연료 ICBM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액체연료는 강한 내식성과 독성 때문에 연료탱크에 상시 넣어두기 어렵지만 고체연료는 장기간 탑재 상태로 작전 대기가 가능해 기습 공격에 용이하다.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은 11기가 각기 TEL에 탑재돼 공개됐다. 이 미사일을 양산해 미국을 겨냥한 실전배치에 나섰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6대씩 공개되던 것에 비해 2배 규모”라면서 “고체연료 ICBM 발사 차량을 포함해 현재 보유한 ICBM 전력을 모두 동원해 강력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한 급의 4연장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순항미사일을 탑재했다고 추정되는 5연장 이동식발사대, 4연장 초대형 방사포(600㎜급 추정), 240㎜급으로 평가되는 방사포, 152㎜ 자주포 등도 식별됐다.
이전열병식과 비교해 무기 사진은 줄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4월25일 열병식과 비교하면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은 각각 152장과 151장인데 무기 사진이 60장에서 38장으로 확 줄었고 무기 종류가 적다”면서 “꼭 필요한 핵심적인 무기만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열병식 보도에서 “전술핵 운용부대”를 언급했는데, 이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KN-23과 초대형 방사포 운용을 뜻한다는 점에서 대남 전술핵 공격능력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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