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된 장관, 직무는 ‘정지’ 신분은 ‘유지’
변호인도 자비로 선임 계획
연봉 1억4000만원은 그대로
전례·규정 없어 행안부 혼란
직무정지 첫날인 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은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용차도 비서진도 사절했다.
‘장관이 존재하는데 차관이 대행하는 체제’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행안부는 이 장관 의전 문제를 두고 난감해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도, 세종청사 집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대정부질문 참석차 국회로 향했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장관은 당분간 자택 등에 머물며 탄핵심판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집무실이나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수행비서의 도움을 받지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탄핵심판에서 자신을 대리할 변호인 역시 자비로 선임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관이 있는데 차관이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보니 행안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관의 신분은 유지한 채 직무만 정지됐으니 직무에 관한 의전만 정지되고, 신분에 관한 권리는 유지되는 게 맞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어떤 게 직무에 관한 것이고, 어떤 게 신분에 관한 것인지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어도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 경호도 계속 받았다. 신분에 관한 의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관의 경우 관저나 관사가 없고, 경호를 받는 공직자도 아니다. 관용차나 수행비서 정도가 신분상 의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집무실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복무규정은 ‘출근의 의무’를 규정하는데 직무가 정지되면 이 의무가 해제된다. 그러나 직무정지된 공무원이 집무실에 나오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
탄핵심판의 변호사 비용 역시 ‘공무수행 과정 중 발생한 법적 분쟁’으로 해석할 경우 지원을 받는 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의 변호사 비용을 사비로 댔다. 이 장관 역시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억4000여만원인 연봉은 깎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무원 보수규정은 징계나 직위해제를 당한 공무원의 급여를 감액하도록 하지만 ‘직무정지’된 경우에 관한 규정은 없다. 업무추진비는 직무수행에 따른 경비여서 직무정지 기간 사실상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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