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무엇이 다를까
[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의 ‘애플페이’ 국내 진출이 공식화되면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지난 8일 각각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자 5억 명, 2021년 기준 결제 규모 6조 달러(7551조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페이는 결제 시장에서 비자에 이은 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되면 삼성페이와의 대결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페이는 그간 국내에서의 탄탄한 갤럭시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1위 사업자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국내 진출하면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됐다.
삼성페이는 아이폰보다 갤럭시를 선호할 이유로 흔히 꼽히기도 했지만,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독식 효과가 사라져 갤럭시 점유율까지도 위험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페이만의 뚜렷한 장점도 있고, 애플페이의 한계도 명확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동시에 존재한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한계가 있을까?
삼성페이, 어디서든 결제 가능…애플페이는 호환 단말기 있어야
삼성페이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대부분 결제가 가능하지만 애플페이는 호환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 지원하지만, 삼성페이는 NFC와 마그네틱 방식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이다.
근거리 무선통신을 뜻하는 NFC는 모바일 교통카드에도 흔히 사용되는 통신 방식으로, 해외에서는 애플페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비접촉 결제에도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NFC 결제 방식 보급률이 낮고 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 방식이나, 카드를 꼽아서 결제하는 IC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카드를 긁을 때 발생하는 자기장 신호를 모방하는 MST 방식으로 마그네틱 결제를 지원한다. 카드를 긁지 않아도 카드를 긁은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거의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NFC 결제 단말기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NFC 단말기 보급률은 국내 애플페이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기도 했으며, 지금도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마그네틱 방식은 보안이 취약해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며,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 글로벌 모델에서는 MST 지원을 중단하는 등 순차적으로 NFC 전용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이 NFC 결제 보급을 가속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폰 이용자도 갤럭시 이용자처럼 지갑 없이 외출? 시간 필요할 듯
삼성페이는 애플페이 한국 진출설이 본격적으로 돌던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함과 동시에 결제 외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삼성페이는 결제 외에도 집 열쇠나 자동차 열쇠를 대신하는 디지털 키 기능, 항공기 탑승권이나 영화 및 공연 입장권 등을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효력을 내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도입해 디지털 신분증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 이용자는 지갑이 없이 외출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 완전한 빈말이 아닌 셈이다.
애플 또한 ‘지갑 앱’을 통해 디지털 키 기능이나 티켓을 등록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지원해 이를 삼성페이만의 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활용처가 삼성페이에 비해 매우 적은 것도 사실이다. 지갑 앱과 애플페이 서비스는 별개지만 지갑 앱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 지갑 앱 기능에 대한 관심도 낮았던 탓이다.
다만 대한항공, 아시아나, 에어부산 등의 항공 탑승권과 일부 현대기아차 차량의 자동차 키 등이 애플 지갑을 지원하는 등 실제 활용 사례가 있는 만큼 법적이나 기술적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애플페이와 연계된 다른 지갑 앱 기능 또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애플페이의 교통카드 기능 지원 여부가 아직 미지수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교통카드 기능은 애플과 교통카드 사업자 사이의 별도 협상과 계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업체가 애플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애플페이, 통신 없어도 결제 가능하고 워치에서도 이용 가능해
결제할 때 데이터 연결이 없어도 된다는 점은 애플페이만의 장점이다.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등 비상 상황에서도 문제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삼성페이는 반드시 데이터 통신이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차이는 두 서비스의 보안 인증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가 카드 정보를 암호화한 토큰을 기기에 저장해두는 방식이라면, 삼성페이는 결제 때마다 암호화된 1회용 신용카드 번호를 발급받는 식이다.
애플페이는 애플워치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삼성페이는 갤럭시워치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삼성페이는 해외에서는 NFC 방식으로 갤럭시 워치를 통한 결제를 지원하지만, 국내에서는 NFC 결제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지난 2018년 출시된 기어S3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그 외 웨어러블 기기에서의 지원 예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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