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건물에 스며든 ‘삶의 체취’… 시대의 흔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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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6세대 영화감독 자장커는 1980년대 중국 근대화 과정 속에서 발생된 도시 문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군상의 일상을 솔직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곧 철거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건물들을 직면하며 그린 사실적인 그림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일종의 학구적인 아카이브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작업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건물 하나하나에 스며든 '삶의 체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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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발자취 간직한 을지로 배경
개발로 방치된 허름한 건물들 응시
“장소는 시선이 있을때 풍경이 된다”
한지와 캔버스에 사실적으로 묘사
중국 6세대 영화감독 자장커는 1980년대 중국 근대화 과정 속에서 발생된 도시 문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군상의 일상을 솔직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포착한 것이다. 급격한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빈부격차, 도시범죄, 인간성 상실 등 다양한 문제가 생겨났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근대화 과정을 지나는 모든 나라에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의 급속한 성장기에 개발된 을지로는 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 반짝이고 더 장황하고 더 높은 빌딩들 뒤로 지금은 방치되고 낙후되어 점점 낡아가는 건물들이 마치 타임캡슐처럼 남아 있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처럼 여전히 살아남아 한 세대의 역사를 증언한다. 이 건물들은 혼란과 빈곤이 일상이던 과거를 소환하면서 우리에게 콘크리트 벽 뒤 한때 머물렀던 삶,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인내했던 삶을 기억하라 말하고 있다. 작가는 점점 사라져가는 노후 건물들을 지켜보면서 그 특성과 의미를 화폭에 옮겨왔다.
곧 철거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건물들을 직면하며 그린 사실적인 그림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일종의 학구적인 아카이브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작업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건물 하나하나에 스며든 ‘삶의 체취’다. 한 시대를 살아가던 이름 모를 인물들의 흔적을 발굴해낸 정재호의 그림들은 그래서 더욱 서정적이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수단이며, 과거에 파묻힌 것들을 재발굴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의 사실적이고 강박관념적인 ‘묘사’의 과정은 단순한 복제가 아닌 근현대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포괄적 조사 및 수집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시회 제목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은 작가가 20여년 전 그린 한강 부근의 풍경화에서 따온 것이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관객을 맞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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