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새벽 밝히며 고독한 밤 달래주는 ‘빛’

김신성 2023. 2. 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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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인적 없는 새벽을 밝히는 가로등은 외롭기 그지없지만 묵묵하게 현대인의 고독한 밤을 달래준다.

1900년 4월 매표소 주변을 비추기 위한 3개의 가로등이 종로에 처음 설치됐을 때, 빛에 놀란 사람들은 달아나기까지 했다.

회색빛 가득한 현대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빛과 공간은 곧 휴식을 안겨주기도 한다.

빛은 마음속에 빛을 지녀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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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윤선영 ‘가로등’展

빌딩 숲 사이로 인적 없는 새벽을 밝히는 가로등은 외롭기 그지없지만 묵묵하게 현대인의 고독한 밤을 달래준다. 1900년 4월 매표소 주변을 비추기 위한 3개의 가로등이 종로에 처음 설치됐을 때, 빛에 놀란 사람들은 달아나기까지 했다. 120여년이 흐른 지금, 가로등은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이들의 어둠을 밝히는 든든한 존재가 되고 있다. 회색빛 가득한 현대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빛과 공간은 곧 휴식을 안겨주기도 한다.

작가 김홍성과 윤선영이 이 같은 가로등을 자처하고 나섰다. 2023 상반기 신진작가 공모선정 기획전 ‘가로등’을 통해서다.
윤선영의 ‘무제’
빛은 마음속에 빛을 지녀야 마주할 수 있다. 김홍성은 빛을 하나의 구체적인 메시지와 에너지가 담긴 물상으로 이해한다. 스스로 빛을 마주하는 시각(視角)을 관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빛의 체험을 통한 사고의 깨달음으로, 단순히 밝고 어두운 표면적 성질의 것이 아닌, 빛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을 그리는 것이다. ‘속삭이는 빛’. 작가는 이러한 심상(心相)을 거대 회색도시에 풀어놓는다.

윤선영은 일상에서 분리되어 혼자 있는 사람과 그 공간에서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혼자 있는 여인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통해 비로소 자신이 추구하던 ‘나’로 돌아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결코 고독의 늪에 빠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홀로 있는 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때다. 수많은 현대인이 피곤을 무릅쓰고 밤의 끝을 잡은 채 새벽의 고요를 즐긴다.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그 영원성’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온전히 혼자 보내는 시간은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하랑갤러리에서 14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김신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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