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두끼’ 포르쉐 카푸어, 아빠·회사찬스 ‘세금도둑’보다 멋진데 [왜몰랐을카]
‘내돈내산’ 카푸어가 정정당당
연두색 번호판 변경이 끝 아냐
카파라치, 이용차종 제한 필요
# 웰빙 식품을 제조·수출하는 B사의 대표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수억원의 연봉을 주는 등 가공경비를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그의 자녀들은 법인명의인 람보르기니·페라리·벤틀리 슈퍼카 10여대(총액 26억원)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인기 웹툰작가 C씨는 법인을 세운 뒤 가족이 실제 근무한 것처럼 꾸며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또 법인명의로 슈퍼카 여러대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 신용카드(법카)로 사치품을 구매한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과시했다.
사실 지겨울 정도다. 회사가 업무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금융회사에서 빌린 차를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회사 찬스’, 회사 운영자가 법인명의 차량을 가족에게 제공하는 ‘아빠 찬스’는 국세청 단골 적발 소재다.
이유가 있다. 국가가 세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라며 제공한 혜택을 법인이 악용하면 나라 살림 조세제도의 근간인 ‘형평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업무용으로 쓰지 않을 법인명의 차량을 개인이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조세 형평성도 깨진다. 탈세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유리지갑’ 국민들을 우롱한다. ‘세금 도둑’이라고 지탄받는 이유다.
국세청은 매년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빠·회사 찬스’를 적발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 적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장이 아니다. 업무용으로 쓰기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슈퍼카 10대 중 8대 이상이 법인 명의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카라도 ‘업무용’으로만 적절하게 사용하면 문제없다. 업무용을 개인용도로 악용하는 게 위법이자 탈세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낸 세금을 도둑질하는 셈이다.
매달 월 238만원에 달하는 포르쉐 911 카레라 할부금을 내기 위해 하루에 라면 두끼 먹으며 투잡도 아닌 스리잡을 뛰는 직장인, 매출감소로 수입이 거의 없지만 매달 200만원을 포르쉐 유지비에 사용한 자영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카푸어들은 “왜 저렇게 사느냐”는 비난을 받을 때가 많다. 개인 선택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비난에 묻힌다.
그러나 자신의 돈으로 정정당당하게 포람페를 타는 카푸어는 적어도 세금도둑보다 멋지다.
‘아빠·회사 찬스’를 남발해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낸 세금을 떼먹지만 오히려 폼 잡고 자랑하는 세금도둑보다는 낫다.
결국 사회적 비난이 심각해지자 대통령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후보 시절에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한 쇼츠(59초 이내 동영상) 공약을 통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매경닷컴이 지난 2020년 회사·아빠찬스 포람페 꼼수 사용을 막기 위해 언론사 최초로 제시한 번호판 변경이 3년 만에 실현되는 셈이다. <“포르쉐·페라리 뽑았다” 뽐내다 망신당할라…‘번호판 카파라치’ 어때 (2023년 2월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해 배우자에 자녀까지 이용하는 꼼수는 횡령·탈세 등 법 위반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제 ‘법인차 전용번호판’이 도입되면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빠찬스는 이제 그만”이라며 “제대로 세금내고 소비하는 문화야 말로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다”고 법인 전용번호판 도입 의미를 강조했다.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될 수 있고 제작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 번호판 변경 부작용에 대한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빠·회사 찬스 문제와 번호판 변경 이후 강력한 제재·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업무용 차량 가격 상한선을 정하거나 이용 가능 차종을 규정하고 운행일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개인용으로 악용했을 때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슈퍼카 동호회나 관련 모임 등 꼼수 사용이 강력히 의심되는 곳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신고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에선 법인차량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미국 국세청(IRS)은 회사 차량을 운행하면서 직원이 업무상 사용을 문서화하지 않으면 개인적 사용으로 간주한다. 직원에게 과세 급여도 부과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나오면 대박, 벌써 1위 예약…‘아빠차’ 세대교체, 기아 EV9 출격태세 [카슐랭] - 매일경제
- “이젠 이자 낼 돈도 없다”…경매로 내몰리는 ‘영끌 아파트’ - 매일경제
- “내 딸 출산하다 장애 얻었는데 사위 이혼 요구”…친정엄마의 절규 - 매일경제
- [단독] 이준석 “지방선거 직후 尹 뜻밖의 발언…그때 틀어졌죠” - 매일경제
- 수능 4·2·2·3·5로 의대 합격…누리꾼들 “말이 되냐” 시끌 - 매일경제
- “이럴 때 안사면 바보”...주식 초고수들 흥분하게 한 호재 - 매일경제
- “팀장님 브라이덜 샤워를 제가요?” 직장상사 결혼 축하, 적정선은 - 매일경제
- “팔리지 않는 레드와인, 어쩌지”…프랑스, 재고 쌓이자 결국 - 매일경제
- 독일차 탈래, 중국차 탈래…‘메이드 인 차이나’ 열풍 부는 수입차 - 매일경제
- 안현수, 도덕성 논란 반박 “체육 연금 전액 기부” (공식입장 전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