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서 채권으로 `뭉칫돈` 유턴
예금은행 수신잔액 45조나 급감
자산운용사는 1월 51조 불어나
은행채 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수신 금리 인상 자제 압박 등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연 3.50%)보다 낮아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자금이 자산운용사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채권 투자에 시중의 뭉칫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고금리 채권을 매수할 경우 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채권 매각시 차익 또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파는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도 최근 인기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198조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무려 45조4000억원 급감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식 예금이 59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2002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 일시적으로 유입된 법인자금 유출, 부가가치세 납부, 은행의 자금조달 유인 약화 등으로 큰 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1월 정기예금도 9000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연 3.97%로 4%대에 근접했던 신규취급액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1월들어 4.30%으로 치솟았다가 12월 4.29%로 소폭 하락했다. 1월에도 하락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3%대 초·중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날 기준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으로, 기본금리 3.15%에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4.15%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조건없이 3.6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3.50% 금리를 주고 있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신 잔액은 1월 한 달새 51조4000억원 불어났다. 은행자금 재예치, 국고 여유자금 운용, 금리 매력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39조원 급증했으며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도 각 4조1000억원, 2조원이 순유입됐다.
유진투자증권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막바지 또는 동결 국면에서 채권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연말 상여금 등 영향으로 상환 여력이 커지면서 은행 가계대출은 통계작성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4조6000억원 줄었다. 2004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뒷걸음치다 12월 3000억원 늘었는데,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8조8000억원)에는 한 달 새 변화가 없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53조2000억원)이 4조6000억원 축소됐다. 통계작성 이후 두 번째로 많이 줄었고, 2021년 12월 이후 13개월째 내리막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아진데다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신규주택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정체 상태"라며 "하지만 여전히 집단대출 수요가 있고 곧 이사철 전세자금 대출 등도 다시 늘 수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감소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1178조2000억원으로 7조9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6조6000억원, 1조3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대출은 오히려 9000억원 줄었다. 1월 개인사업자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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