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하차하는 개미들… 연초 이후 채권 3.6조 쓸어담아

신하연 2023. 2. 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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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시간문제"… 기준·국고채 '역전'
삼성 등 5대 증권사 소매채권 5조원 판매
채권 ETF도 인기… "분할매수 전략 추천"
픽사베이 제공.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시중자금의 큰 흐름은 '주식에서 은행으로'였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 유동성이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이런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 채권 시장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수신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고금리 채권 투자의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채권 시장으로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채권 개미'를 모셔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예금 금리= 작년 말 최고 연 6%대까지 치솟았던 예금 금리는 '뚝' 떨어져 3%대까지 하락했다. 고금리를 내세웠던 저축은행도 시중은행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48%, NH농협은행의 '올원e예금'은 연 3.36%로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았다. 주요 은행들의 1년 정기예금은 금리가 3%대 중반이었고, 2~3년 장기 예금은 1년짜리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거나 높더라도 0.3%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1년)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36~3.6%로 기준 금리와 별 차이가 없다. 작년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 5%를 넘겼던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12개월 기준)는 9일 현재 연 4.26%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해 10월 중순 5.15%로 집계되며 5%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0일 4%대로 내려섰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고점이었던 11월 말(5.53%)과 비교하면 1.27%포인트 떨어졌다.

◇채권 매수 폭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진즉부터 채권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금리 채권을 매수할 경우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향후 금리 하락시 채권 매매이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는 3조6278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월 3조원대 순매수를 보인 이후 12월 1조7000억까지 감소했던 채권 매수세가 올들어 다시 증가한 것이다.

이날 오전 고시 기준 지표금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3.378%로 연중 최고점 3.782% 대비 40bp(1bp = 0.01%포인트) 이상 내린 상태다.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국고채 10년물도 3.331%로 3.811% 대비 50bp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채(무보증3년)AA-와 기업어음(CP)91일물은 각각 4.243%, 4.22%로 전거래일 대비 0.1bp와 1bp씩 하락했다.

주요 국고채 금리는 현재 3.3% 전후로 형성돼 있다. 이는 기준금리가 2.25%였던 지난해 8월 수준이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한 셈이다. 한국 외에도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 종료 시그널이 개인들이 채권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경우 채권 투자자는 높은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고, 금리가 횡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제 금리 인하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기준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역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중장기적인 자본차익 기대에 따른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채권 상품 선보이는 증권사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채권 판매에 분주하다. 지난달 국내 5개 증권사(미래에셋, 삼성, 한국투자, 신한투자, 대신)의 리테일 채권 판매는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의 경우 온·오프라인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배 증가한 수치다. 주요 증권사들은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강화하고 1000원부터 매매 가능한 소액 채권 상품을 마련하는 등 투자자들이 쉽게 채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이달 28일까지 '새해엔 채권투자'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이벤트도 벌인다.

채권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분산 투자가 가능한데다가 채권을 직접 사는 것보다 손쉬운 매매가 가능하고, 퇴직연금으로도 투자 할 수 있어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의 채권형 ETF' 19종은 지난 7일 기준 업계 최초로 순자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24조원 규모의 국내 상장 채권형 ETF 중 KODEX ETF가 약 42%를 차지한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4조6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KODEX 채권형 ETF는 약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나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고금리 채권을 찾아 국고채 대비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인 회사채에도 개인 투자자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상장한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의 경우 2개월여 만에 순자산 3000억원을 돌파했다.

수익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KB자산운용의 '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5.43%로, 국내 채권형 ETF 75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13.01%로 국내 채권형 ETF 중 1위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본부장은 "금리 상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채권 시장 역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 상황을 봐가며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다만 ETF 투자의 경우 채권 직접 매수와는 달리 세금이 부과돼 유의해야 한다. 채권형 ETF에 투자할 경우 시세차익과 분배금(배당·이자)에 대해 모두 15.4%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현재 채권 직접 투자에 따른 매매 차익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는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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