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여전히 고평가… 증권가 "카뱅 팔아라"
영업이익 전년比 37.5% 증가
강점인 플랫폼사업 수익 부진
자사주 매입·소각 예고했지만
'고 밸류에이션'… 우려는 여전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에선 보기 드물게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지난해 비용 증가와 건전성 악화가 나타난 동시에 기대 요인인 플랫폼 부문에서는 적자가 확대되는 모습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5% 증가한 3532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858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전망치)에 부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은 2.48%로, 전년 말 1.98%보다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이 3550억원 감소한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6920억원 증가하며 주된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자영업자 대출은 9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주가는 실적 공시한 8일에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9일엔 전거래일 대비 2.84% 떨어진 2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판매관리비(판관비)와 대손비용이 예상치를 상회한데다 부실채권이 전분기 대비 25% 늘어나는 등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눌렀다.
판관비는 전분기 대비 39% 증가했는데, 성과급과 복지기금 320억원을 제외하면 5% 늘었다. 직원들은 1년새 36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손비용률(CCR)은 코로나19 충당금을 제외해도 0.72%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3분기 0.36%에서 4분기 0.49%로 다소 가파르게 상승했고, 고정이하 부실여신(NPL) 비율은 0.07%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상대적인 강점으로 여겨지는 플랫폼 수익의 부진도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플랫폼 수익은 1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9% 줄었다. 플랫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증권 연계계좌 수익이 주식시장 침체 영향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일회성 비용의 증가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분기 이자이익이 전분기 대비 12.4% 늘었지만 일반관리비 증가폭이 이를 상회했다"며 "추가 충당금 77억원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당장에 펀더멘털이 대폭 개선될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분양가 제한 없이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고 규제 지역과 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수준을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적인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인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되고 있어 성장에 있어 명확히 한계가 있는 데다 전세가 하락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부동산 대출 시장 반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저 영향으로 부동산 대출이 증가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겠지만 이는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에 이미 반영되고도 남는 수준"이라며 "금리 경쟁력 제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전략은 일부 수익성을 축소하며 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가 조만간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경우 자사주 매입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2022년 결산 이후 2000억원 내외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사주 매입 시 수급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시장가치는 원래 가치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고 밝혔다. 그는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대출잔액은 전분기보다 1.6% 성장했다. 신용·마이너스·전세자금 대출은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난해 출시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분기 5000억원에서 4분기 1조2000억원으로 늘며 전체 대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보다 높은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결국 성장주로서 성장성을 얼마나 입증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지난 2022년은 대출 성장, 플랫폼 수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충분히 부합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올해는 대출 성장이 됐든 플랫폼 트래픽이 됐든 뭐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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