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사람이 악기가 된 것처럼 노래하라

입력 2023. 2. 9. 18:34 수정 2023. 2. 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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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합창' 빈 소년합창단
9~14세 소년 100명, 4팀 구성
하이든·모차르트 등도 거쳐가
카닌, 15년째 브루크너 팀 지휘
"위대한 작곡가 DNA 살아있어"
마놀로 카닌과 부르크너 팀
마놀로 카닌
마놀로 카닌과 부르크너 팀
빈소년합창단 (c) Lukas Beck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브루크너 팀 지휘자 마놀로 카닌

빈 소년 합창단은 이제 국내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브랜드다. '천사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그들의 노래는 525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세월을 넘어 이어져온 단체에는 굳건한 전통과 변화가 공존한다.

1498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가 호프부르크 예배당과 빈 소년 합창단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호프부르크 성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음악 예배에 참석해 노래를 부른다.

1918년까지 궁정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이들은, 1924년 민간 비영리 단체가 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노래하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9~14세 소년 10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4개의 팀으로 나뉘어 학기 중 9~11주 동안 투어를 다닌다. 빈 소년 합창단에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학교가 운영 중이다.

외국인 단원의 입단이 활발해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유럽을 비롯해 중국·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소년들이 빈을 대표하는 이 합창단을 찾았다. 첫 한국인 단원 입단은 2010년, 조윤상 군이다. 2012년에는 최초의 한국인이자 여성 지휘자로서 김보미가 모차르트 팀의 지휘자로 3년간 활동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빈 '소녀' 합창단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8세~15세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올해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에 빈 소년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빈 소년 합창단 출신으로, 대표이자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게랄트 비어트는 "현재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조직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모든 활동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공연은 3년 만에 재개된 내한이다. 공연은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시작으로, 성가곡, 가곡, 영화음악, 세계민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해줄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아름다운 신년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내한을 앞두고 빈 소년 합창단의 지금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브루크너 팀 지휘자 마놀로 카닌

빈 소년 합창단은 긴 역사와 함께, 이곳을 거쳐 간 위대한 작곡가들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것이 큰 자부심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브루크너는 모두 합창단의 단원이었다. 각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투어 팀이 구분되며 각 팀을 이끄는 지휘자도 정해져 있다. 브루크너 팀의 지휘자 마놀로 카닌(사진)은 2008년부터 빈 소년 합창단의 지휘자로 함께해 왔다.

-빈 소년 합창단은 총 4개의 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팀마다 맡은 지휘자도 다른데요, 이에 따른 각각의 특징이 있을까요.

△"20~25명으로 구성된 팀은 이동에 용이합니다. 모두가 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인 벨 칸토 창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음악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겠죠. 각 단원들이 팀 내에서 스스로를 표현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목소리가 합창이라는 것을 만드니까요."

-공연에서 선보이는 레퍼토리가 무척 다양합니다. 미사곡부터 민요, 대중음악까지 각 장르에 맞춰 발성법에 차이를 두기도 하나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복식 호흡입니다. 신체 전부의 근육을 사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마치 사람이 악기가 된 것처럼요. 이것을 터득한다면 모든 장르를 정의하는 데에 필요한 각각의 음색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빈 소년 합창단의 연습은 주로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두 시간씩, 토요일에는 세 시간씩을 연습합니다. 15분간은 호흡과 준비 운동을 꼭 합니다. 토요일이 되면 45분간 듣는 연습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합창 연습 외에도 매주 두 번씩 개인 레슨을 받습니다. 발성 코치와 호흡, 음색, 피치에 대해서 배우죠."

-9~14세의 소년들은 에너지가 넘칠 텐데요, 이들과의 리허설을 위한 노하우가 있나요?

△"리허설을 엄청 흥미롭고, 빠르고, 매우 다양한 것으로, 음악적으로도 쉼 없게 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죠. 제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일이지만, 그만큼 소년들이 제게 채워주는 에너지도 크답니다."

-합창단 활동이 성장기 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음악 외적인 요소들에서 그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단체 생활을 통해 함께 무언가를 달성한다는 것을 배우죠.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법도 배우고요. 하나의 큰 가족 속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합창단에서는 여행을 위해 각 공항을 탐색하는 방법도 확실히 배우죠. 그리고 5분 만에 가방을 납작하게 만드는 방법도요!"

-합창단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여러 해 동안 학생들을 졸업시켰을 텐데요, 주로 어떤 소식을 전해오나요?

△"3분의 1 정도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대중음악이나 뮤지컬 등을 포함해서요. 그리고 아마 모든 직업군에서 합창단 출신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론 의사가 되거나 비행기 조종사, 셰프가 된 친구들도 있어요."

-2008년부터 10여년 넘게 빈 소년 합창단과 함께 해왔습니다. 이 시간 동안 느낀 변화들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 합창단을 마주했을 때,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노래했던 그 장소에서 여전히 일요일마다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요. 위대한 작곡가들의 DNA가 여전히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많이 성장해온 것 같아요. 빈 소녀 합창단이 생겼고, 유스 합창단 프로그램도 발전했죠. 학교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로 가득 차고 있어요. 어느 곳이든,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전통입니다! 다음 단계는 소녀 합창단을 위한 기숙사를 짓는 것이고요. 우리의 전통은 이렇게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 외국인 단원의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현재 합창단 내에서 오스트리아 단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단원 선정의 기준에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이미 중세 시대부터, 궁정에는 국제적인 성악가들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부터는 헝가리와 독일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 소년들이 있었죠. 2000년 이후에 더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이 지원하게 됐죠.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와 시리아,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을 포함해 33개국의 소년들이 함께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인이 75퍼센트, 기타 국가가 25퍼센트입니다. 합창단의 일원이 되는 데에는 좋은 목소리와 귀, 리듬감과 재능, 그리고 합창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 외에 선정을 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가족이 근처에 있다면, 어린 소년들에게 조금 더 의지가 되겠죠."

-그렇다면 현재 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나요.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합창을 위해 빈에 모인 헌신적인 음악가들이자, 국제적인 앙상블입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글 월간객석 허서현 기자·사진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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