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급했으면… 구글 `바드`, AI검색대전 오답에 쓴맛

팽동현 2023. 2. 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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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질문에
"태양계밖 행성 첫 촬영" 오답
알파벳 주가 8% 가까이 급락
MS 검색엔진 빙 호평과 대조
프라바카 라가반 구글 수석부사장이 '구글 라이브 프롬 파리' 행사에서 차량 구매 관련 문의를 예시로 들며 '바드'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AI 기반 검색시장 가열에 'MS-구글' 희비 엇갈려

챗GPT발 AI(인공지능) 검색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MS(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엔진 분야 절대적 강자 구글에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분위기다. 수성에 나선 구글은 AI의 실수로 명예가 실추됐다.

8일(현지시간) 구글은 온라인 세미나 '구글 라이브 프롬 파리'를 열고 AI 기반의 새로운 검색 기능들을 공개했다. 챗GPT의 대항마로 최근 발표한 챗봇 '바드(Bard·시인)'와 그 기반이 되는 LLM(거대언어모델) '람다(LaMDA)'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지난해 미국에 먼저 출시한 '멀티서치' 기능의 글로벌 출시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일본어 등 5개 언어에 대한 '문맥 번역' 향상 △지난해 구글I/O에서 발표한 '몰입형(Immersive)뷰'로 뉴욕·LA·샌프란시스코·런던·도쿄 등 5개 도시 구현 △구글 지도가 내장된 전기차용 충전소 찾기 기능 등이 발표됐다. 멀티서치는 이미지 검색에 검색어도 추가해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으로, 예를 들어 음식을 찍고 조리법을 타이핑하면 해당 음식 조리법이 나오는 식이다.

최근 갤럭시S23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퀄컴과 'XR(혼합현실) 동맹' 전략을 발표한 구글은 AR(증강현실) 관련 내용도 일부 내놨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들의 관심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챗GPT와 대항하는 바드에 쏠렸다. 하루 앞서 MS는 '구글 검색 천하를 뒤집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오픈AI의 차세대 AI 언어모델 'MS 프로메테우스'를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추가해 새로 선보였다.

이와 달리 구글의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이날 행사에 대해 "구글은 AI 검색의 최신 발전을 시연했지만, 전날 MS의 새로운 빙 발표와 비교하면 특색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이런 제품을 서둘러 내는 게 준비가 끝나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포모(FOMO)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여기에다 챗GPT 열풍을 제압할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바드'가 초장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구글 기업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구글이 홈페이지를 통해 '바드'를 발표할 때 함께 공개한 광고 영상에서 우주망원경 관련한 오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구글 자체 광고용인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최고경영자) 명의로 작성됐음에도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글의 급한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광고에서 '바드'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해 최초로 태양계 외부 행성을 찍었다는 내용을 답변에 담았다. 실제로는 유럽 남부천문대의 게일 쇼뱅이 이끄는 천문학 연구진이 2004년 칠레 소재 파라날 천문대의 VLT(거대망원경)를 통해 '2M1207b'로 명명된 행성을 적외선 촬영한 사례가 최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간의 기대에 못 미쳤던 발표 내용도 맞물려 이날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AI챗봇으로 강화된 MS 검색엔진 '빙'의 새로운 버전은 현재 제한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음에도 호평이 이어진다. 새로운 빙을 써본 배재경 업스테이지 AI프로덕트 리더는 "대화형 검색을 녹여내는 UX(사용자경험)나 광고로의 연결이 생각보다 자연스러워서 기대 이상"이라며 "메일·코드·스크립트 등의 생성 요청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앱 없이 특정 질의 패턴을 이해하고 바로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수정할 수 있게 해줘 상당히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CNBC는 "기존 검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챗GPT와 유사하다"면서 "일부 쿼리에 대해선 챗GPT 이상의 결과를 제공한다"고 평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피트니스 관련 질문에는 챗GPT보다 현실적인 고려를 담아 답했고, 해고와 성과 관련 통보 작성 지시에는 챗GPT와 달리 "인간의 판단과 공감이 필요한 민감하고 개인적인 문제"라며 수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며 막대한 광고 매출을 올려왔다. 구글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광고사업의 기반이 바로 강력한 검색 기능이다. 알파고 등 AI분야 선구자로서 일궈온 기술력도 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MS는 3% 내외의 점유율로 검색 시장에서 절대적 약자였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로 오픈AI를 끌어들여 AI로 승부를 건 이번 재도전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데이터 보유량과 처리기술 등에서 앞서 있다 해도 구글의 검색패권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날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새로운 '빙'을 소개한 뒤 미디어들에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경쟁의 첫날" 등을 언급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엔 자존심을 구겼지만 코드레드(비상사태)를 발령한 구글도 정식 서비스까지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현재 소수의 테스터에게만 제공 중인 '바드'가 구글 검색에 통합되고 MS '빙'도 일반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에 진검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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