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 시도하는 윤 정부와 싸움 물러설 수 없어”

최성진 2023. 2. 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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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연임 성공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윤창현 위원장. 최성진 기자

12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임원선거에서 단독으로 출마한 윤창현 현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윤 위원장은 9일 정기 대의원회 전자투표에서 204명의 재적 대의원 중 179명이 참여한 가운데 164표의 찬성표(득표율 91.6%)를 얻어 당선했다. 2021년 2월 11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2년간 언론노조를 이끌어 온 윤 위원장의 임기도 2년 더 늘게 됐다.

윤 위원장은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에 처음 나서기 전, 2016년부터 5년간 언론노조 에스비에스(SBS)본부장을 지냈다. 이번에 언론노조 위원장 임기를 2년 늘렸으니 도합 9년간 꼼짝없이 노동조합을 이끌게 됐다. 1996년 에스비에스에 기자로 입사할 때만 해도 평생 기자로 살 줄 알았다. 기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자상(2008년)도 받았고, 국외(이집트 카이로) 특파원도 다녀왔다. 그런 그가 10년 가까이 취재 현장을 떠나 노동조합 일을 한다는 건,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행로였다.

윤 위원장은 지난 8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기자로 일할 때나 지금이나 모든 언론인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절감해왔다”며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 앞에 펼쳐진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윤 대통령 관저 후보지에 역술인 천공이 다녀갔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 등 언론 통제, 언론자유 탄압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오만한 독재권력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많은 국민이 확인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언론 인식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입안의 혀처럼 굴지 않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비판적 언론은 철저히 짓밟겠다는 태도마저 드러내고 있어요. 특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언론노조를 가리켜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발언이 제 임기 중에 나왔는데, 저로서는 더더욱 말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7일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전위대로 세워서 갖은 못된 짓 다 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며 “뜯어고치겠다”고 말했다. 전국 120여개 언론사 1만5천명의 언론인이 가입해 있는 언론노조를 ‘뜯어고쳐야 할’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여당의 유력 당권 주자이자 ‘친윤’ 후보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의 발언으로 이어진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반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 ‘언론노조’를 지지하는 안 후보는 당 대표 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언론 현업단체가 지난해 5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가 윤창현 위원장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 앞서 만든 정책자료집에서 ‘반언론·반노동 탄압 분쇄’, ‘언론장악 저지’ 구호를 가장 첫 줄에 올린 이유도 윤 대통령과 여당의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공영방송 관련 법의 국회 통과는 그가 두번째 언론노조 위원장 임기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여당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그저 이 법안이 ‘언론노조 (공영방송) 장악법’이라는 마타도어만 계속하고 있다”며 “여당이 합법적인 노동조합인 언론노조를 마치 반국가단체인 것처럼 몰아가고 그런 논리에 기반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언론노조 장악법’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과거 이명박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이라도 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다면 언론노조는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겠지만, 언론노조를 섬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계속 취하는 한편 현재의 방송법 체제를 유지해 또다시 언론장악을 시도한다면 언론노조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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