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공원 7배 많은 뉴욕, 인공섬 만들어 녹지 더 늘렸다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2.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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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혁명의 최전선 뉴욕 가보니
'WLP(일·거주·놀이)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뉴욕에는 센트럴파크 외에도 인공섬 공원 리틀아일랜드 등 20개가 넘는 대규모 공원이 조성돼 있다. 【블룸버그】

지난달 초 뉴욕. 아침 8시에 길을 나서 웨스트59번가 횡단보도를 건너 센트럴파크에 들어섰다. 영하의 날씨에 으스스한 느낌에도 공원을 달리는 사람이 꽤 보였다.

조깅을 하던 사람들 중 아무나 붙잡고 "(출근할 시간인데) 아침부터 왜 달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친절하게 자신을 맨해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브라이언은 "출근 직전에 공원을 달리면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며 "일하는 곳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 시간도 아끼고 좋다"고 말했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라는 저서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첨단 기술자와 예술가, 전문직 등을 '창조 계급'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도시 경쟁력으로 주목한다. 산업사회는 생산과 소비의 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중시했고, 따라서 기업과 인재 유치 조건이 물류·노동 등 기능에 집중됐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등 창조성이 필요한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혁신이 더 중요하게 떠올랐다.

도시 공간도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한곳에 모아 제공하고, 역사와 전통을 담는 방향으로 기본 콘셉트가 바뀌고 있다. AT커니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발표하는 도시경쟁력 지표 체계를 뜯어봐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도시경쟁력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성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삶의 질이나 행복, 사회 통합, 사회자본 등 요소가 주요 변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은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맞춰 공간 배치를 바꾸고 있다. 도시를 생활권으로 나누고 각각의 권역 안에 업무, 여가, 주거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뉴욕은 대표적 업무지역인 맨해튼에 휴식 공간인 공원을 대거 늘리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뉴욕 하면 센트럴파크를 떠올리지만, 다른 공원도 곳곳에 매우 많다. 미드타운에 위치한 '매디슨 스퀘어 파크'와 '브라이언트 파크',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할 수 있는 '배터리 파크' 등은 센트럴파크 못지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하이라인 파크'나 '거버넌스 아일랜드' '리틀 아일랜드' 등은 2000년대 이후 개장해 많은 뉴요커를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문을 여는 공원들은 'WLP(일·거주·놀이)' 콘셉트를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옛 상업용 철도를 리모델링해 만든 하이라인 파크는 맨해튼 미드타운 업무지구 사이를 파고든 형태로,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데도 쉬거나 누울 자리가 많다. 근처 직장인들을 배려한 아이디어다. 2021년 선보인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도 맨해튼 첼시 지역 업무지구에 붙어 있다. 면적은 1만㎡에 불과하지만 700석 규모 원형경기장과 각종 예술 프로그램 등이 진행돼 요즘 뉴욕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원이다.

맨해튼 외에 다른 지역까지 영역을 넓히면 뉴욕에는 공원이 20개가 넘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나 프로스펙트 파크(브루클린),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퀸스) 등은 해당 지역 주민과 직장인들의 여가 공간으로 사랑받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속 브라이언트파크는 주변 직장인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외에 다른 나라 도시도 탈산업화가 가속화된 1970년대 이후 직주락 근접 도시로 삶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20년 도시 어느 곳에서 살아도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15분 도시' 구축 계획을 발표한 파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15분 도시는 도보 클러스터 안에 주거·상업·여가 시설을 몰아넣는 도시계획 방법이다. 파리는 이 개념을 미니메스지구에 적용했는데, 기존 건물을 공영주택 단지와 사무실 등 복합 용도로 재건축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을 배치했다. 5분 거리에 있는 바스티유 광장과 레퓌블리크 광장 등을 보행 동선으로 연결해 상업시설의 확장성도 노렸다.

미국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도시로 알려진 포틀랜드도 도시를 95개 생활권으로 나눠 동네 단위의 경제·여가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다. 영국 런던도 킹스크로스역을 중심으로 근처 공원과 업무시설, 복합 주거 용도를 한데 묶는 '직주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 내 공원들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고용체계로도 활약하고 있다. 센트럴파크 컨서번시나 거버넌스 아일랜드 트러스트 등 뉴욕 공원들은 시를 대신해 현장을 운영·관리할 권한을 지닌 비영리단체들을 가지고 있다. 센트럴파크 컨서번시에서 일하는 직원만 300명이 넘는 등 꽤 많은 인력이 뉴욕 안에 있는 공원과 관련된 일을 담당한다. 이들은 뉴욕시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 공원 청소, 수리, 조경 유지 등 기본 관리부터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운영기금 모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심지수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용산공원 등 앞으로 생길 다양한 공원을 운영하기 위해 이 같은 '관리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나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원을 돌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어

WLP 도시 : 일(Work) 주거(Live) 놀이(Play)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소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개발된 융합도시.

[뉴욕 손동우 부동산 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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