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 머리서 냄새 난다면···성조숙증 '의심'[건강 팁]

안경진 기자 2023. 2.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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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문배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만 8~9세 전 2차 성징땐 가능성
골성숙 빠르면 성장판 일찍 닫혀
생리 빨라지고 최종 키 작아질라
무분별 골연령·호르몬 치료 금물
[서울경제]

성조숙증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소아청소년 중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구는 16만 명을 넘었다. 성조숙증은 ‘나이에 맞지 않게 이차성징이 빠르게 출현하는 현상’이다. 여아는 만 8 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되는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커지는 이차 성징 발달이 시작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많은 보호자들이 최근 자녀의 키나 몸무게가 급증했거나 치아 성숙이 빠르고 두피의 (호르몬) 냄새 등의 징후를 보인다는 이유로 성조숙증을 우려해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사춘기 진행이 가속화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어린 시기에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골 성숙이 빨라지다 보면 성장 판이 일찍 닫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키가 작아질 뿐 아니라 이차 성징의 조기 발현으로 여아의 경우 초등학교 3~4 학년 때 초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른 사춘기 발달로 인해 다양한 심리·사회적 행동 문제가 동반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더 흔하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아가 성조숙증으로 진단될 경우 기저 질환에 대한 원인 감별이 더욱 중요하다. 성조숙증의 드문 원인으로는 뇌종양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병변이나 갑상샘저하증, 생식샘, 부신 질환 등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환경호르몬, 서구화된 생활습관, 가족력(체질),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이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경우에 따라 정확한 원인 감별과 치료가 요구된다.

여아에서 만 8세,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이차 성징이 관찰되면 손(손목) 뼈의 방사선 촬영을 통해 골연령 즉, 성장판을 측정해 볼 수 있다. 검사 결과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앞선 경우 확진을 위해 혈액검사(호르몬검사)를 시행한다. 중추성(진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는 경우 때때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 드물지만 말초성(가성)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복부 또는 생식샘 영상검사를 통해 이차적으로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기타 병변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첫 검사 결과 성조숙증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더라도 정기적인 진찰과 반복적인 호르몬 검사가 요구될 수 있다. 개별 환자마다 사춘기 진행 속도가 다른 데다 질환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빠른 진행이 나타날 수 있어 한 번의 검사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골연령 검사 시행 후 최종 성인 키나 초경 시작 시기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골연령 측정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게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빠르거나 지연되는 질환들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시행하는 것이 적합하다. 모든 성조숙증 환자는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많지만 모두 성조숙증으로 볼 수는 없다. 단순히 비만인 경우에도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중추성 성조숙증의 치료는 주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를 피하 또는 근육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치료시작 수 주 이내에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서 골연령의 가속화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아는 만 9세, 남아는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치료 기간은 대개 2년 이상 소요되는데, 진단 시 환자의 상황과 사춘기 진행 속도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말초성 성조숙증으로 확인됐다면 기저 질환부터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를 소아에게 사용한 지 30년이 넘었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전신 반응은 매우 드물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성조숙증은 진단 기준에 연령이 포함되는 몇 안 되는 질환 중 하나다. 매년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성조숙증을 제 때 치료받지 않을 경우 초경 시기가 빨라지고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는 점은 외모지상주의가 강한 요즘 우리 사회의 부모들에게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한 요인이라 여겨진다. 그로 인해 아이에게 뚜렷한 이차 성징 발달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골연령 및 호르몬 검사가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칙적인 성조숙증의 진단 과정 없이 단순히 미용 목적의 본인 부담으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 및 성장호르몬 치료가 시행되는 사례도 보게 된다. 자녀의 성조숙증 가능성에 대한 부모의 우려는 당연하다. 다만 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를 감별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한 의료진의 몫이다. 성조숙증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소아청소년 내분비 전문의에게 받을 것을 추천한다. /안문배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안문배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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