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 예금이자 받느니 주식투자"… MMF에 한달 39조 몰렸다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2.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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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 만에 다시 위험자산으로 '머니무브'
은행 예적금 해지 잇따라
운용사엔 한달새 51조 유입
CMA·ELS 등 위험자산 회귀
국고채 투자 공모펀드도 인기
가계대출 19년만 최대 감소

"은행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오전에만 벌써 두 명의 고객이 예금을 해지했습니다." (서울 강남권 한 PB센터장)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안정적인 은행에 넣어둔 자금이 주식이나 채권을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여파로 나타났던 '역(逆)머니무브'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투자로 방향을 튼 배경은 시장 금리가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1~12월 연 5%대로 치솟았던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는 최근 연 3%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기준 연 3.38~3.6%인데, 2% 후반대 진입이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선반영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앞으로도 금리가 추세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원금 손실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요즘 은행PB센터에서는 급격한 금리 하락세에 당혹스러워하며 예·적금을 해지하는 고객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말(818조4366억원) 대비 6조1866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198조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45조4000억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정기예금은 지난해 12월(-15조1000억원)에 이어 지난달에도 전월보다 9000억원 줄었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투자를 위해 흘러가고 있다. 투자 상품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의 수신액은 지난 한 달간 51조4000억원 급증했다. 단기자금을 굴리는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작년 12월만 해도 3조원가량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무려 39조원이나 유입됐다.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도 같은 기간 각각 2조원, 4조1000억원 설정액이 늘었다. 정성진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전자단기사채, 20~30년만기 국채, 주가연계증권(ELS)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회귀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 대기 자금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머니무브에 맞춰 투자 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다. 국고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국고채 가격은 올라 이익을 보게 된다. 노대희 신한은행 신한PWM 강남센터 팀장은 "국고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현재 듀레이션이 7.4년 정도 돼 국고채 금리가 0.5%포인트만 더 떨어져도 3%포인트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기예금 이자율에 더해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김아영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최근 급격히 떨어진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자본 수익까지 거둘 수 있어 매력이 더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노 팀장은 "향후 중국 정부에서 경기부양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성장 전망도 높다"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투자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비중 확대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지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차장은 "금, 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실물을 구입하는 고객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출부터 일단 줄이려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부진과 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 대출은 19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6000억원 감소했다. 감소폭으로는 2004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경기도 부진해 신규 주택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대출도 정체 상태"라며 "신용대출의 경우 강화된 대출 규제와 명절 상여금을 원금 상환에 쓰는 등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며 감소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원 기자 / 류영욱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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