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마감한 모태펀드 보며 '한숨'…위기감 도는 VC업계

김근우 2023. 2.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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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접수 결과가 나오면서 벤처투자 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액은 1270억원으로 지난해 370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회수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VC들이 일정 수준의 관리보수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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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 좋지만…"줄어도 너무 줄어"
CO-GP 지원 급증…'옥석가리기' 될 것
관리보수 산정 방식 변경엔 "일괄 적용 부당"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이번 모태펀드 출자액 감소가 돈(유동성)의 힘만으로 성장했던 벤처캐피탈(VC)들이 걸러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접수 결과가 나오면서 벤처투자 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대비 급격히 줄어든 예산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부터 관리보수 산정체계 변화에 대한 압박감 토로 등 여건 변화로 인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민간이 주도한다고 해도…“너무 줄었어”

벤처투자 업계는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너무 높다”는 반응이다. 아무리 모험자본 투자를 민간이 주도한다고 해도 정부 출자액 자체가 지나치게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액은 1270억원으로 지난해 370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출자 요청은 9500억원 수준으로 몰려 경쟁률이 지난해(3.5대 1)의 2배 이상인 7.5대 1을 기록했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으로 지난해(5200억원) 대비 39.7% 줄었다. 1조 700억원이었던 2020년에 비하면 70.7%나 감소했다. 정부의 논리는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 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업계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VC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민간 주도로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중소형 VC들에게 모태펀드의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 자본이 일정 비중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모태펀드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O-GP(공동운용) 형태로 지원한 곳이 급증한 것도 특징이다. ‘한국모태펀드 2023년 1차 정시 출자사업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M&A 분야 3팀, 여성기업 1팀, 재도약 1팀, 소재부품장비 2팀 등 총 7팀이 CO-GP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CO-GP로 지원한 뒤 결과를 보니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CO-GP로 지원한 곳이 유달리 많았다”며 “1차 정시출자 뿐 아니라 지역 펀드 지원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단순히 유동성의 힘으로만 성장했던 VC들이 저물고, 경쟁력 있는 VC들이 살아남는 형태의 순기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도 투자받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며 “서비스와 인력에서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은 결국 살아남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곳을 선별해 돈이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리보수 산정 방식 변화에…“하우스 특성 고려해야”

관리보수 산정방식이 바뀐 것을 두고도 뒷얘기가 나온다. 약정총액을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산정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투자금액에 더 많은 비중을 실어 관리보수를 산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결국 펀드의 자금을 빨리 소진할수록 관리보수 역시 늘어나게 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회수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VC들이 일정 수준의 관리보수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투자목표비율을 달성한 모태자펀드 운용사에 관리보수 등이 추가지급되고 차기 모태펀드 출자사업 산정 시 가점이 부여되긴 한다. 다만 섹터에 따라 특색이 모두 다른 분야에 대해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펀드 자금의 초반 소진에만 비중을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만들어놓고 소진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벼락치기 하듯 급히 소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퀄리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각 하우스의 분위기에 맞게 충분한 시간을 쓰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빨리 소진하고 또 다른 펀드를 만들고 하는 것은 대형사의 기조와 맞는 것 같다”며 “PE쪽에서도 대형사 위주로 (출자하도록) LP(출자자)들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생겼던 것처럼 VC에도 그런 흐름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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