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판매 줄고 재고 쌓여…'광주형 일자리' 시험대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2.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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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 반 만에 첫 고비
지난달 판매 3070대 그쳐
전년 동기보다 22% 줄어
경기침체로 재고도 2천대
부진 계속땐 현대차에 부담

지방자치단체(광주시)·현대자동차·지역 기업이 합작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출범 후 약 2년 반 만에 첫 고비를 맞았다. GGM이 현대차로부터 위탁·생산 중인 캐스퍼의 판매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는 지난달 3070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보다 12.5%, 지난해 1월보다는 22.2% 감소한 수치다.

GGM의 명운이 걸린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된 후 신차 효과를 누리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 6만1878대를 달성했다. 작년 판매량은 약 4만8000대로 경차 부문 1위이자, 신차 등록 기준으로는 국산 승용차 중에서 8위를 차지했다.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수요를 공략하며 국내 경차 시장을 주도한 것이다.

문제는 재고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GGM은 당초 계획에 맞춰 5만대의 캐스퍼를 생산했지만 판매는 여기에 미치지 못해 2000대의 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경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생산이 판매를 웃도는 현상이 매월 꾸준히 반복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 판매가 생산보다 많았던 달은 11월이 유일하다. 이때는 현대차가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연계해 캐스퍼 2200대에 대해 최대 120만원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달에도 판매 하락세가 이어지자 현대차는 이달 최대 100만원까지 깎아주는 '캐스퍼 세일 페스타'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경차가 잘나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캐스퍼는 가격이 최대 2000만원에 달하다 보니 불황 효과도 누리지 못한다는 평가다.

앞으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우선 올해 목표 생산량은 작년보다 줄어든 4만5000대다. 오는 11월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공장 가동을 잠시 멈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줄어든 생산량이지만 업계에서는 신차 효과 소멸로 올해 판매량이 여기에 못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GGM은 내년부터 캐스퍼 전기차 생산에 맞춰 2교대 조업을 실시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력 규모가 현재 620명에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수출이 없는 상황에서 내수 판매 부진이 본격화되거나 향후 캐스퍼 전기차가 흥행에 실패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인건비와 재고 등에 대한 부담은 현대차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GM이 캐스퍼 외에 차종을 늘리고 전기차 생산 확대, 높은 생산 효율성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사업모델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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