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 94일째 KT 구현모, 경선만 세 번째…투명성 확보 관건

이기범 기자 2023. 2.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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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이사 후보 최종 낙점 후 44일 만에 다시 공개 경쟁 나서
국민연금과 尹정부의 연이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주문에 호응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 2022.11.16/뉴스1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다시 차기 CEO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을 치른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지 94일, 최종 후보로 낙점된 지 44일 만이다. 경선만 벌써 세 번째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황제 연임' 우려를 제기하고, 여권이 거든 데 이어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직접 소유분산기업의 지배 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나선 데 따른 결정이다.

9일 KT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구현모 대표 역시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다시 경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 부임 이후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에 따른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이날 KT는 창사 이후 첫 연간 매출 25조원대 실적을 발표했다.

◇연임 선언 후 3개월…그동안 무슨 일 있었나?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8일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연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구 대표는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 추진을 통해 KT에 많은 변화를 갖고 왔다"며 "과연 이런 변화가 구조적이고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임 의사 표명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구 대표는 지난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날, 이 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성과를 앞세운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KT는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4772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18.4% 증가한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이후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했다. 현역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총 5차례 진행했으며, 지난 12월16일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구 대표는 스스로 복수 후보 경선을 역제안했다.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연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소유분산기업이란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거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주인 없는 기업'을 일컫는다. KT를 비롯해 포스코, 신한·KB국민·우리·하나금융지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 대표는 내외부 후보자들과 경선을 거쳐 지난해 12월28일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구 대표가 차기 대표 후보로 최종 낙점된 직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대표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이뤄져야 한다는 후보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선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후 여권에서도 국민연금의 비판을 거들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KT의 대표 후보 선정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국회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유분산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KT 제공) 2023.1.2/뉴스1

◇3월 주총 표 대결 유리하지만 경영 불확실성 해소 나서

구 대표가 사실상 세 번째 경선을 택한 배경에는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도 즉각 반응했다. 하나증권은 KT에 대해 강력 매수 의견을 낸 지 3일 만에 전망을 철회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갑자기 의견을 바꾼 이유는 3월 주주총회에서 현 구현모 CEO의 연임이 확정된다고 해도 경영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젠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정부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3년간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룩한 CEO라고 해도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 감안 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정부 기조에 맞춰 오는 3월 KT 주총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행사하더라도 표 대결에서는 구 대표가 유리하다.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주주 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0.12%다.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그룹 7.79%(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 신한은행 5.48% 지분을 합치면 국민연금 보유 지분을 넘어선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지배구조 투명성을 주문한 만큼 구 대표가 연임을 하더라도 이후 경영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민영화 20주년을 맞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고, 이는 차기 CEO 선임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왔다. 이 때문에 KT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연임 후 임기를 마친 건 전임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KT는 공개 경쟁 방식의 차기 대표 이사 선임 과정을 재추진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 경선 역제안 발표와 마찬가지로 호실적을 기록한 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KT는 연간 매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690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년 대비 3%, 1.1% 증가한 수치다. KT가 연간 매출을 25조원을 넘어선 것은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면서도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개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 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한바,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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