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탄소중립의 새로운 기회, 녹색동맹과 기후클럽

2023. 2. 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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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탄소중립 녹색동맹
'포스트-오일' 선도사례로
미영 등에서 기후협력 러브콜
진취적 리더십으로 기회잡아야

글로벌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새로운 외교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녹색동맹과 기후클럽으로 상징되는 '小(소)다자주의'입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40개국을 돌파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에 육박한 가운데 '뜻이 맞는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끼리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에서 독일 주도로 결성된 '기후클럽(Climate Club)'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탄소중립 달성은 각 국이 홀로 가기보다는 방식은 다양하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이 워낙 큰 목표인 만큼 재정과 세제, 탄소 가격 설정 등에 있어서 일단 G7 국가부터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입니다.

프랑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후클럽에 참여하는 국가들에는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감면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유사한 기후 대응 기준과 목표를 가진 국가에 관세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일종의 '멤버십' 확대 전략인데 데이비드 빅터 UC 샌디에이고 교수는 이를 국제무역체제의 진화 과정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국가들끼리 맺었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확대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양국 정상이 '기후행동 공동선언문'을 통해 새롭게 맺은 탄소중립 녹색동맹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구체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UAE가 한국에 투자를 약속한 300억달러 규모의 핵심 사업이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에 이르기까지 탈탄소 에너지 분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개막식에서 1000억달러의 청정에너지 투자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을 최고의 핵심 파트너로 삼은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과 UAE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탄소중립 분야까지 확대되면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리더십이 더욱 커지고 경제적 협력 기회 역시 증대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과 UAE의 각별한 녹색협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최근 이들 중동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정에너지는 물론 모빌리티와 도시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포스트 오일 시대의 파트너로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UAE는 2009년 원전 수입 결단 이래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 자국의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글로벌 녹색성장 기구(GGGI) 창립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과의 녹색 파트너십을 변함없이 추구해 왔는데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리더십 속에서 큰 열매를 맺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한국에 대해 선진국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주도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 개도국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자적 파트너십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한국의 참여를 필수적으로 여기며 다각도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 아래 'FMC(First Movers Coalition)'라는 녹색기술 국제협력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존 케리 기후특사 등을 통해 한국의 참여를 거듭 요청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한국에 엄청난 도전과 기회의 두 얼굴로 속속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 더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나라의 진로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비 때마다 그래왔듯 진취적 리더십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김상협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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