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흔드는 국민연금···투명성 핑계댄 '관치'

윤민혁 기자 2023. 2. 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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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030200)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에 차기 대표 선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구현모 대표가 경영성과를 성적표로 입증했지만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사실상 '연임 불가' 압박에 한 달도 안돼 다시 차기 수장 선임 방식을 바꾼 것이다.

9일 KT 이사회가 발표한 대표이사 선임 재추진안은 '투명성 강화'로 요약된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현 대표의 적합 여부를 우선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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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대표 원점 재검토]
국민연금 '투명 경선' 압박 영향
20일까지 지원자 공개 모집 나서
사실상 구현모 사퇴 압박 시선도
연 매출 25조 역대 최대 실적에도
경영권 리스크에 주가 되레 주춤
[서울경제]

KT(030200)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에 차기 대표 선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구현모 대표가 경영성과를 성적표로 입증했지만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사실상 ‘연임 불가’ 압박에 한 달도 안돼 다시 차기 수장 선임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일부에서는 투명한 공개 경쟁을 통해 현 대표가 연임하더라도 경영권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KT 이사회가 발표한 대표이사 선임 재추진안은 ‘투명성 강화’로 요약된다. 완전 공개 방식으로 대표 후보군을 모집하고, 사내이사는 후보 심사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지원자 명단은 물론 단계별 심사 결과를 모두 공개한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공정하게 운영했지만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했다”고 밝혔다. KT 이사회내 지배구조위원회는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지원자를 공개 모집하고 압축된 후보자는 오는 28일 공개한다. KT 이사회는 다음달 7일 면접 심사를 해 후보 한 사람을 확정해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구 대표는 다시 한 번 후보 중 하나로 대표 경선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현 대표의 적합 여부를 우선 심사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 심사에서 연임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경선을 역제안 했다. 경선에서도 구 대표는 단독 후보로 선정돼 주총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경선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즉각 반발했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 대표 선임 절차에 기금운용본부장 명의 입장문을 낸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업계는 KT가 국민연금이 요구한 ‘투명한 경선’으로 대표 선임의 잡음을 없애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 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 진행한 경선에서도 총 27명의 후보자와 겨뤄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올만한 후보자는 당시 모두 언급됐다고 봐야 한다”며 “구 대표의 경영 성과가 뛰어나 공개 경쟁을 벌여도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본의가 투명성 강화가 아닌 결국 구 대표의 연임 저지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이 전 정권 시절 임명된 구 대표의 낙마를 바란다는 것은 공공연하다”며 “다시 한 번 경선을 벌이겠다는 결정을 ‘항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KT는 지난해 매출 25조6500억 원, 영업이익 1조6901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KT가 연 매출 25조 원을 넘어선 것은 1998년 상장 후 처음이다. 뛰어난 실적에도 구 대표는 이날 예정돼 있던 컨퍼런스콜은 물론 투자자 대상 코퍼레이션데이에 불참했다. 구 대표의 코퍼레이이션 데이 불참은 선임 후 처음이다.

경영권 향방이 불투명해지며 지난해 말 마무리 됐어야 했던 KT 임원 인사는 무기한 연기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리스크를 이유로 KT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KT 주가는 지난해 12월 3만8000원대에 달했으나 대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최근 3만30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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